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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웹사이트, “우리도 사람에게 실험을 합니다”

오케이큐피드(OkCupid)는 인기가 높은 데이팅 서비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짝을 찾게 도와주었고, 어쩌고저쩌고 잘한 것도 참 많죠. 하지만 솔직히 우리도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건 다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지요. 짝짓기 서비스가 오래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결국에는 실험을 통해 찾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실시한 실험에 미연방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위법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죠. 그러나 당신이 인터넷을 쓰고 있다면, 당신은 어느 실험의 대상이 되어있을 겁니다. 그게 웹사이트들이 움직이는 방식이거든요.

 

실험 1: 사랑은 외모로 결정된다.

얼마 전 오케이큐피드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데이팅 앱을 출시했었습니다. 1년 반을 준비했으나, 반년 만에 앱스토어에서 내려갈 정도로 실패였죠. 어쨌든 앱 출시일에는 홈페이지에서도 7시간 동안 회원들의 사진을 내렸습니다. 모든 수치가 떨어졌죠. 메세지를 주고받는 숫자가 내려가고, 교류가 줄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재밌는 현상도 같이 나타났습니다. 메세지에 반응할 확률이 올라갔고, 대화는 깊어졌으며, 연락처를 주고받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문제는 7시간 후 다시 사진 기능이 돌아왔을 때 메세지가 뚝 끊겼다는 겁니다. 마치 한밤중 나이트클럽에서 갑자기 밝은 전등을 킨 것 같았죠.

사진 없이 만난 커플은 어떻게 서로를 평가했는가도 궁금해졌죠. 재밌게도, 사진을 보지 않고 만난 커플은 외모와 호감도가 큰 관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잘생긴 남자에 대한 반응이 온라인에서 만났을 때 가졌던 호감도보다 되려 점수가 떨어졌죠. 잘생긴 남자는 얼굴값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러나 다시, 이들이 온라인에서 사진과 함께 서로를 알게 되면 호감도가 외모에 정확히 비례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얕고 피상적인가 봅니다.

시간별로 발송된 첫 메세지 수: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7시간동안 메세지 수가 뚝 떨어졌다

 

실험 2: 그렇다면 외모는 얼마나 중요한가?

오케이큐피드에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면서 외모와 성격을 각각 별점을 매기게 합니다. 외모가 멋지지 않더라도 성격은 멋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외모와 성격 점수는 정확히 비례합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경우 성격도 좋을 거라 짐작하는 거죠. 심지어, 자기소개가 전혀 없는 여성도 외모만 아름다우면 좋은 성격점수를 받습니다. 자기소개 여부는 성격점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외모 점수와 성격 점수의 상관관계

 

실험 3: “추천” 의 힘

가장 중요한건 오케이큐피드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 하는 점이겠지요. 오케이큐피드에는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을까 측정하는 매칭 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케이 큐피드가 30%, 60%, 90% 맞는 상대를 추천했을 때 사람들은 확실히 90% 맞는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보낼 확률이 높았죠.  4개 넘는 메시지를 보내며 진짜 대화를 시작할 확률은 더더욱 높았습니다. 여기서 오케이 큐피트가 한가지 실험을 했지요. 30%, 60%, 90% 매칭 확률 사람들에게 상대방이 더 높거나 낮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사람들은 오케이큐피드가 추천한 상대에게 더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90% 맞는 상대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OkCupid 블로그)

 

30%, 60%, 90% 확률의 커플이 매칭 점수가 다르다고 안내 받았을 때 첫번째 메시지를 보낼 확률

역자 주: 이 실험은 페이스북의 실험과 비교되며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페이스북의 ‘감정의 전파’ 실험은 계속되어야합니다, 페이스북은 고의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더 참아서는 안됩니다.) 결국 인터넷 사이트들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의견, 페이스북과 오케이큐피드 모두 사용자약관을 어긴 실험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의견, 누구나 다 쓰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데이팅 사이트의 차이점을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OKTrends, OK Cupid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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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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