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불로불사의 약은 독이 묻은 컵 안에 들어있을지 모릅니다

한때 이것은 신화에서나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이를 꿈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한 미래에 살게 될 것입니다. 최근 과학계에는 인간의 장수에 관련된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두 건의 연구는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연구는 “시르투인(sirtuins)”이라는 효소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달 “유전학 동향(Trends in Genetics)”지에 발표된 한 논문은 이 효소가 포유류의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노화 세포(Aging Cell)”지에는 특정 합성물질이 어떻게 쥐로 하여금 시르투인을 분비하게 하는지에 대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는 곧, 노화를 막는 약물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연구는 선충류(nematode) 벌레가 분비하는 페로몬에 관한 것입니다. 다우몬(daumone)이라 불리는 이 호르몬을 나이 든 쥐에게 주었을 때, 그 쥐의 5개월간 사망률은 48% 낮아졌습니다. “다우몬은 항노화 물질로 개발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상시험과 신약개발을 포함한 많은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특별한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신의 섭리를 거스르고 저승사자를 돌려보낼 이런 기회를 누가 원하지 않을까요? 최근 “심리학 투데이(Psychology Today)”의 한 기사는 이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정치가는 학살자와 같다는 논조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분야는 떨리고 눈부시고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걱정이 앞섭니다.

과학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분야에서 가장 확신에 찬 학자 중의 한 명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는 현재 살아 있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1천 살 이상을 살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장수가 가져올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네 가지 염려들이 별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 염려인, “삶이 극단적으로 지루해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삶이 너무 지루해진다면, 노화를 막는 약을 먹는 것을 중단하면 됩니다.

그러나 “연금을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 라는 두 번째 염려는 쉬운 질문이 아닙니다. 이 질문은 곧 “나이 든 이들이 어떻게 젊은이들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할 것인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노인들은 과거 자신들이 투자해 놓은 자산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집값과 집세로 나타나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의 수명이 열 배가 아닌 두 배로만 길어진다 하더라도 이런 불평등과 잠재적 세대 간 착취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독재자가 영원히 지배하게 된다”는 세 번째 염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독재자들은 실제로 최고의 의료처치를 받으며 자신의 수명 만큼 그 나라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만약 돈으로 수명을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자신의 나라를 지배할 겁니다.

네 번째 염려는 “굶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입니다. 어떤 면에서 생명 연장은 곧 제로섬 게임일 수 있습니다. 부유한 이가 몇 년을 더 살기 위해 쓰는 돈이 가난한 이들에게 쓰여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부유한 이가 사치와 과소비로 지구의 자원을 쓰는 것은 곧 가난한 이들과 이미 보이지 않는 투쟁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곡물은 사람에게 먹히기보다 육류를 생산하는 데 사용됩니다. 인류는 겨우 지구온난화, 공해 물질, 담수 고갈, 토양 침식 정도만을 신경쓰고 있을 뿐입니다. 승패가 분명한 이런 투쟁이 계급간의 경쟁 외의 어떤 다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어쩌면 가난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유한 이들이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초기 천문학적일 장수치료 비용이 곧 누구에게나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항생제를 구매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도 보편적 의료보험이 이기적인 지도층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가져다 줄 신약의 시대는 불행하게도 가장 불평등이 심한 시대에 찾아왔습니다. 누구나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AEON 에 실렸던 한 기사처럼, 세계는 두 계급으로 나뉘어 한 계급은 더 오래 살고, 다른 계급은 오늘날 보다 더 일찍 죽게 될 가능성이 차라리 더 커보입니다.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고, 해결 방법을 제안할 수준도 못됩니다. 그러나 위의 질문들을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생명연장의 과학은 어쩌면 공포와 고뇌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줄 기적과 같은 사회를 만들지 모릅니다. 아니면 소수의 노인들이 지배하는 끔찍한 사회를 만들 수도 있고요. 만약 후자라면, 그런 사회는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George Monbiot)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5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1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