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물들은 어떤 시간감각을 가지고 살아갈까요? 물론 우리가 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감각 기관, 곧 눈, 귀, 더듬이 등이 지각할 수 있는 한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는 이들이 느끼는 시간감각의 한 객관적인 지표가 됩니다. 그런 지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임계 깜박임 빈도(critical flicker frequency, C.F.F)” 입니다. 이 값은 깜박이는 불빛과 계속해서 켜져 있는 불빛을 구분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빠른 정지화면들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이를 연속된 움직임으로 인식합니다. 만약 영화를 더 느리게 틀게 될 경우, 우리는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C.F.F. 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닭의 C.F.F 를 측정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깜박이는 불빛을 쪼을 때에는 모이를 먹게 되지만 켜져있는 불빛을 쪼을 경우 고통을 받도록 닭을 훈련시킵니다. 그 후, 불빛이 깜박이는 빈도를 높일 경우, 어떤 빈도에서 닭이 두 빛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알게 됩니다.
지난해,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의 앤드류 잭슨과 케빈 힐리는 다양한 동물들의 C.F.F를 조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한 종류의 동물에게만 관심을 가집니다. 때로는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더블린의 한 기차역에서 부모 주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아이와 어른은 생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모두 시간을 서로 다르게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세상은 새로운 정보로 가득 차있습니다. 매 순간의 경험은 마치 물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처럼 작용합니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대부분의 순간이 이미 경험한 사실들이며, 이들의 시간은 단지 이들의 감정의 상태에만 의존합니다.
동물들 사이에도 이런 시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삶이 영화라면, 이들의 초당 프레임 수는 모두 다릅니다. 잭슨은 먼저 척추동물의 C.F.F. 를 조사했습니다. 한쪽 끝에는 노란목덜미 땅다람쥐(golden-mantled ground squirrel)가 있습니다. 이들은 초당 120회 깜박이는 불빛을 구분했습니다. 다른 쪽 끝에 있는 동물은 유럽 뱀장어로 14회였고, 바다 장수거북은 15회였습니다. 인간은 60회로 중간 정도였습니다. 개는 80회, 쥐는 39회였습니다. 무척추동물의 경우 이 수치는 더욱 다양했습니다. 심해의 한 벌레는 겨우 초당 4회의 깜박이는 불빛을 켜져있는 불빛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에게 세상은 스톱 모션 영화와 같을 것입니다. 어떤 파리는 초당 250회의 깜박이는 불빛을 구분했습니다. 물론 파리가 보는 세상은 인간에 비해 흐리고 덜 선명한 세상입니다.
이 차이는 이들의 시각이 각기 다른 셔터 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들어온 빛은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며 이는 한 순간의 이미지로 바뀝니다. 다음 순간의 이미지를 위해 눈과 뇌의 신경세포들은 신호를 리셋합니다. C.F.F. 가 빠른 생물들은 이 주기가 빠른 것입니다.
연구진은 작은 동물들이 더 빠른 신진대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더 높은 C.F.F.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캠브리지의 사이먼 러플린은 이 주장이 일반적으로 참이지만, 이를 위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몸집의 크기보다 때로는 동물의 생활 방식이나 생태학적 역할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초원의 동물들은 사자와 치타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우 높은 C.F.F. 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북이의 C.F.F.가 낮은 이유는 이들은 적을 늦게 발견한다 하더라도 쉽게 몸을 껍질 안으로 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는 유기체의 삶과 이들이 시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5억 년 전, 지구에는 수중 생물들만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시간은 육지 동물들과는 다르게 흘렀을 것입니다. 실제로 바다생물 중 가장 영리한 문어는 지상 생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정신적인 시간여행, 곧 과거와 미래를 인식하는 것은 수중 생물들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의식을 설명하는 한 가설인 “부에나 비스타 가설”의 일부입니다. 바닷속에서 생물들은 단 몇 미터 앞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몇 분 뒤의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3억 5천만 년 전, 최초의 육지생물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물속과는 다른 먼 거리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더 정교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먹이를 보았을 때 이들은 그 곳까지 이동할 계획과 언제 어떻게 이를 공격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물속에서는 하기 힘든 행동입니다. 곧, 우리의 조상들은 적절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정신적인 시간 여행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The New Yorker)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View Comments
이번에도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CFF 늘려주는 약이 없을까요.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감. 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