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2003~2005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상속 재산(inherited wealth)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토마 피케티 교수는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론”에서 상속 재산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자본 수익률은 증가하는 미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그는 자본가들이 소득의 많은 부분을 저축할 수 있고 자본이 축적되며 이들이 축적된 부를 자손들에게 상속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피케티 교수는 개인의 생활 수준이 개인의 기술이나 노력보다는 재산을 얼마나 상속 받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서 쉽게 허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21세기 자본론”이 출간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북리뷰, 블로그 포스팅, 그리고 학문적 분석을 통해서 그의 주장이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제학자들이 지금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형편없는 성적을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이러한 예언은 의심을 가지고 받아 들여야 합니다. 피케티 교수가 제안한 시나리오는 확고한 예측이 아니라 도발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죠? (So What?) 상속 재산이 뭐가 문제인가요? 우선 우리는 부모가 왜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부모들이 재산을 상속한다고 생각합니다.
1. 세대간 이타주의(intergenerational altruism): 세대간 이타주의를 경제학자들은 효용(uti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효용은 인생의 만족도, 혹은 행복감을 통해서 측정되는데, 이 명제에 따르면 부모 세대의 효용은 자녀 세대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 명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녀 세대의 효용은 이들의 자녀, 즉 3세대의 삶의 질에 따라 결정이 되고 3세대의 효용은 4세대의 삶의 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한 사람의 효용은 단순히 본인의 인생이 어떠했는가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질 자손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2. 소비 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 사람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얻습니다. 하지만 소비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라는 것이 따릅니다. 방이 1개인 집에서 2개인 집으로 이사를 할 때 증가하는 효용에 비해서 방이 4개인 집에서 5개인 집으로 이사할 때 증가하는 효용이 적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소비의 정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보다 평탄화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두 해 연속으로 5만 달러를 소비하는 것이 한 해에는 8만 달러를 소비하고 이듬해 2만 달러를 쓰는 것보다 일반적으로는 더 높은 효용을 가져옵니다.
3.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the mean): 이는 오랜 시간을 두고 봤을 때 많은 변수들이 보통의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키를 예로 들어봅시다. 당신의 키가 일반 사람들보다 매우 매우 크다면, 당신의 자녀 역시 평균보다 키가 클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의 키는 당신보다 작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소득에도 이는 적용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약 당신이 소득 분포에서 98%를 차지한다면 (즉, 당신이 전체 인구의 98%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 당신의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들이 소득 분포에서 차지할 확률이 가장 높은 구간은 바로 65%입니다. 당신의 자녀는 평균보다는 높은 소득을 보이겠지만 당신보다는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포의 가장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존 록펠러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들은 각자의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기업 중 하나를 만들었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들이 부모가 성취한 것만큼 성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앞서 열거한 세 가지 이유를 합쳐서 생각해보면 왜 부유한 사람들이 상당한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대간 이타주의 때문에 부유한 부모들은 자신들의 소비와 저축에 관련된 결정을 자신들의 현재 필요 뿐만 아니라 후손들의 효용을 생각해서 내립니다.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후손들이 자신들보다는 경제적으로 덜 번영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대를 아울러서 소비를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부유한 부모 세대는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저축해서 미래 세대에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이 논리는 왜 어떤 사람들은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지금의 소비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지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소득 분포에서 평균 이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평균으로의 회귀는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이들의 경우 자신의 후손들이 자신들보다는 높은 소득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균 정도의 소득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도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자신들의 후손들이 자신들 세대보다 높은 소득을 벌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직 고소득자들만이 상속 재산을 남기는 데 있어서 강한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정책 결정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상속 재산이 가족의 재산과 효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몇십 년간 증가한 소득 불평등은 소득 하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누군가는 상속 재산이 이런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걱정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학의 분석은 다른 측면을 제시합니다. 한 가족이 미래 세대를 위해서 저축을 하면 이는 다음 세대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투자금이나 기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해줍니다. 자본이 투자되는 것은 자본과 노동자의 소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본 역시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자본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각 자본에 돌아오는 이윤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반면 자본이 증가한 것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게 되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 현재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한, 상속 재산을 물려준 사람들은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들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핵심은 상속 재산이 경제적 위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엄청난 부를 얻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후손들에게 재산의 일정 부분을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 집에서 자녀로 태어날 정도로 엄청난 행운이 없었던 우리들 역시 그들이 후손에게 물려주는 상속 재산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면 그들이 상속한 자본의 축적이 우리의 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주니까요. (NY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View Comments
뭔가 논리가 이상해 보이는... 돈이 무엇인지, 상속세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듯한... 소득이 아니라 재산으로 따진다면 상위1프로는 여전히 상위 1프로가 될 확률이 클듯도한데... 분석이 뭔가 아쉽군요.
댓글 보니 맨큐 엄청 까이네요. 더불어 하버드까지. economist가 아니라 apologist라네요.
낙수효과급의 논리로 보이네요.
저도 낙수효과를 생각했습니다. 논리가 하나도 없이 변명만 있는 이 궤변은 대체 뭔가요; 상속을 없애자는게 아니고 합리적인 세율을 매기자는 건데.
...이거 맨큐옹 술 한잔 걸치고 써갈긴 거 아니면 본인의 명예를 위해 은퇴를 고려해봐야 할 수준이네요;; 앞서의 세 가지는 "내 새끼 혹시 나중에 나처럼 부자 못 될까봐 내 쓰다남은 거 무조건 물려줘야 한다!" 라는 걸 좀 어려운 말로 돌려쓴 거고, 뒤에 한 소리는 저축=상속이라고 야바위친 후 상속에다 저축의 경제적 이점을 갖다붙인거잖습니까;;
피케티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경제학자의 미래예측이 쓸모없다'라고 하면 맨큐 본인이 주장하는 '상속재산이 경제에 도움이 도움이 된다'는 예측 또한 쓸모없는 거 아잉교?
반면 자본이 증가한 것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게 되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대체 이부분 뭔소린가요? 자본이 증가한거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게 되고,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게된다고?
자본이 증대하게 되면 근로자 1인당 사용가능한 자본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이고, 그렇게 되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거죠
맨큐의 주장 전반, 예컨대 상속이 경제 성장을 돕는다는 주장에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부분들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자녀의 삶의 질 역시 부모의 효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봅시다. 상속이란 결국 자신이 축적한 부에서 세금을 제외한 일부를 자녀의 높은 삶의 질을 위해 물려주는 것이 목적이죠. 그런데 만약에 상속 자체가 금지되거나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 이제껏 해온 경제활동의 목적 중 일부가 상실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돈 벌어서 자식 물려주는 게 삶의 목표인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그렇게 벌어봤자 내가 죽으면 전부 나랏돈이 된다고 했을 때 생산 의욕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너무 높은 소득세율이 그러하듯 너무 높은 상속세나 상속 금지 같은 극단적인 방법도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경제학적인 지식은 별로 없지만 예를 들어 최고 세율 구간에서 상속세를 50% 선으로 한다면 재산을 물려주는 부모의 효용도, 사회적인 효용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문제도 있죠. 법적으로 너무 엄격한 기준을 내세웠을 때 온갖 방법으로 탈세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사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비 평탄화와 평균으로의 회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_-
피케티의 책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과 칼럼, 그리고 논문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저도 21세기 자본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글 번역본은 나오려나 모르겠네요ㅠㅜ 딱히 근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혼자 힘으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봤자 물려받을 회사나 병원 있는 친구들보다 잘 되기는커녕 좋은 직장 하나도 구하기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의 능력도 성공에서 key factor지만 초기 자본이 미치는 영향이 어쩌면 더 큰 듯 해서요... 가령 빌딩 하나 갖고 있으면 일을 안 해도 임대료가 들어온다던가 이미 가진 돈을 굴린다는가 하는 행위가 초, 중, 고, 학부, 석/박사까지 공부해서 직장 갖는 거랑 비교도 안 되게 기대 수익이 높은 걸 보면 소위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그래서 상속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가 자기 돈을 자기 자식한테 물려준다는 데 거기에 무슨 근거로 심각한 제재를 가할 수 있나 싶기는 합니다. 적정 비율의 소득세를 통해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애초에 이미 현대사회는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수준에서 나타나는것처럼 이른바 기회의 평등의 근간이되는 교육조차도 개인의 초기자본의 규모(=상속 또는 부모의 재산수준)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죠. 이걸 막기위해서는 결국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전반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않고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속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만을 논한다? 솔직히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 중 하나인 기회의 평등 개념부터가 과도한 상속에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장기적으로 그걸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문제가 심화될 수 있는데 맨큐의 주장은 너무 나이브한 주장이 아닌가 싶네요.
맨큐의 앞부분 주장은 '국민 중 소수 부자의 효용이 이러이러하니, 이에 따라 정책을 펴도 된다'
뒷부분 주장은 '그들을 위한 정책이 사실은 다른 이들한테도 이득일지도 모른다' 이거네요
일단 앞부분과 관련해서 선호와 당위성을 구분할줄 모르시는듯하고
물려주고 싶어하는데 물려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선호는 무시하신 듯하네요
그들은 부자들로부터 걷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정책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들이 혹여 자기로부터 받은 것이 없어 빈곤속에 사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을텐데요
맨큐 주장처럼 상속이 자본을 늘리고 그에 따라 노동자 1인당 자본량을 늘리고 노동생산성을 늘린다고 쳐도
그 이득이 반드시 임금으로서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신듯 하구요..
(아직도 노동자들이 생산성따라 임금받는다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니..)
백번 양보해서 상속세를 덜 걷으면 부자가 아닌 자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경제성장이 일어난다고 칩시다.
부의 격차가 낳는 정치적인 불평등이 사회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생각은 해보고 쓰신 글인지...
피케티를 깔거면 피케티가 말하는 것 만큼 불평등이 심화되고 상속되지 않고 있다. 혹은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은 피케티가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얘기를 대야지 '걔네도 다 상속하고 싶은 이유가 잇어~~'라니 오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