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이라크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도 10년 가까이 수렁에 빠져 있던 이라크에 다시 군대를 투입하는 결정을 섣불리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는 물론이고 아예 중동의 지정학적 구도가 새로이 짜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라크의 친미 시아파 정권을 위협하고 있는 반군세력 ISIS(이라크-알샴 이슬람 국가)에 대해 가디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라크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가 이끄는 IS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이후 세운 친미 시아파 정권에 반대하며 결성된 무장단체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알카에다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데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은 강경노선과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치자 최근에 알카에다가 공식적으로 ISIS와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내전으로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시리아에서 그 세를 확장한 ISIS는 동부 시리아를 사실상 다스리면서 이곳 유전에서 나는 수익을 독점해 무기를 사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탄탄한 자금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ISIS는 또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의 고대 유물들을 마구잡이로 팔아넘겨 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손에 넣은 뒤 이들의 가용자금은 총 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이라크 정규군이 속수무책으로 패퇴하는 가운데,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 대신 이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아파의 리더 격인 이란 정부가 정예 병력인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을 견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ISIS는 이라크 북부에서 사실상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쿠르드족 정부에도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택일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쿠르디스탄 정부 입장에서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시아파 누르 알 말리키 총리와 손을 잡기도 썩 내키지 않지만, ISIS는 더욱 포악한 이웃 내지 정복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ISIS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미군에 저항하는 무장 투쟁 게릴라 출신들이 많고, 시리아 동부에서 적극적으로 모병한 외국 출신 용병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 바그다디는 전 세계 무슬림들이 모두 (이슬람의 종교지도자이자 정치지도자인) 칼리프의 통치 아래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그 첫걸음으로 이라크와 시리아를 아우르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국가를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상적으로도 ISIS는 이슬람 가치를 지키는 데 알카에다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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