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 MT)은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는 구글 번역기와 같은 무료 서비스조차도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유럽위원회에서는 공문 번역에도 기계 번역을 폭 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식으로 쓰려면 편집과 감수를 거쳐야 하죠. 번역이야말로 기계는 인간이 어려워하는 것(ex. 수학 문제 풀이)을 쉽게 하고, 인간이 쉽게 하는 것(ex. 자연스러운 움직임, 언어)을 어려워한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분야로 보입니다.
앞으로 25년 후 기계 번역이 어떻게 발전해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내놓습니다. 지난주 더블린에서 열린 TAUS(Translation Automation User Society) 회의에 참석한 역사학자 니콜라스 오슬러(Nicholas Ostler)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서의 영어의 지위가 생각만큼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비율은 감소세고, 지배 세력으로 인식되는 특정 국가와 연관된 언어로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요. 오슬러는 기계 번역에도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구글번역기가 발전해 훨씬 더 수준 높은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세계인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데 더 이상 시간과 돈을 쓰지 않고 모국어로만 말하고 일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필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시 영어를 예로 들었죠. 영어는 역사상 그 어떤 언어보다도 높은 침투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의 수가 이미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두 배 이상이 되었고, 특정 국가와의 연관성도 점점 옅어지고 있죠. 전 세계 어린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 다양한 창구를 통해 영어를 접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기계 번역 뿐 아니라 영어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트위터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게이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영어를 스스로 선택하고 사용합니다.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영어 구사의 인센티브가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오슬러와 필자가 동의한 지점도 많았습니다. 영어는 여전히 세계화 시대에 엘리트의 언어이며, 기계 번역은 평생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만큼 발전했다는 점 등이죠. 하지만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선 기계 번역의 효용이 일단 텍스트에 한정된 것이지 말을 통역할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입니다. 음성 인식과 기계 번역이 아무리 발전해도, 시끄러운 호텔바에서 이루어지는 정신 없는 구어체 사업 미팅을 정확히 통역하는 기계는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기계 번역의 수준이 아무리 높아진대도, 기계 번역을 믿고 구직 인터뷰나 첫 데이트에 나설 사람이 있을까요? 기계가 듣기에 인간의 말이란 엉망진창이고, 맥락이란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니까요. 영어의 지위 역시 앞으로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은 공고할 겁니다. TAUS 회의에서는 오슬러의 주장에 동의한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conom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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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어 참 다행인... =ㅇ=
Bilingual (2개국어 이상 아는 사람) 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더군요. 사고의 폭이나 정보 습득, 창의성 등에 좋다고 들었는데, 그나마 영어가 쉬운 언어라(? 한자같이 표의어가 아니라서ㅋ) 다행인듯...
스마트폰 시대에 qwerty 자판도 힘들고... swipe같은 대체품이 나오긴 했지만, 한글은 이런거 필요없는ㅋ. 중국이나 문자를 좀 개발하거나 바꿨으면 좋겠는데, 아님 한글을 차용하거나.
'이런거' 필요없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한글은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잘 개발되어있는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한자는 진짜 끔찍하죠, 제가 일본어를 안 배우는 이유가 장기적으로 볼 때 한자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서에요. 가뜩이나 눈도 나쁜데ㅋ... 그런데 Spoken English 너무 힘드네요.
한글입력할 때에는 swipe같은거가 필요 없다고 말씀하신건가보네요. 그만큼 쉽다는건가요... 외국인한테는 영어가 쉽지 않을까요?
아 전 자판 말한거예요ㅋ.
스마트폰에서 qwerty 자판으로 영어 치는게 힘겨워서... (이런면 때문에 swipe 같은게 쓰이는지도. 처음 swipe 접하고 참 신기하고 편하긴 했는데 =ㅇ=)
반면에 한글은 (무슨 자판이더라? 누군가 개발하시고 특허권 풀어주셨다고) 자음 모음 점(.) 같은 조합으로 빠르게 작성이 가능해서....ㅋ
뭐 qwerty도 자주 쓰다보면 편해질수도 있겠지만. 작디작은 폰에서는 오타율이 높을거 같아서.
언어력이 딸리는 사람들은 언어습득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같습니다. 몇개를 공부해야하는지 원... 물론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건 양호한편
몰리님 지금 하시는 말씀 들어보면 막 몰리님 부모님께서 중국어랑 영어 과외시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일본만화와 일본야동 일본게임을 위해서 일본어까지 하시는 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냥 한국어랑 콩글리시만 조금 하면 괜찮지 않나요. 한국도 나름 살기 좋은 나라인데ㅋ
이미 학문, 현실정치, 비즈니스에 있어 우리는 공용어(라고 쓰고 영어라고 읽는)의 헤게모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설 를 통해 체제에 은밀히 저항하며 잊혀진 조국의 말을 찾아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던 복거일 씨도 영어 공용화론(영어를 공용어가 아니라 아예 모국어로 쓰자는 주장)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이 더욱 아려왔던 것은 그러한 주장이 맹목적인 현대판 사대주의가 아니라 상당히 현실적인 인식이었던 까닭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어는 공용어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나갈 것이고 그 지배적인 영향력을 오래도록 행사하게 되겠지요...? 전문 용어만 해도 대개가 영어로 되어 있고 수학 공식에 쓰는 문자도 전부 알파벳을 쓰는 것만 봐도 얼마나 영어가 우리 생활 깊숙히 침투해 있는지 알수 있죠ㅠㅠ 기계 번역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아 안타깝네요. 영어 공부나 하러 가야겠습니다...ㅠ
어라, 소설 "비명을 찾아서"라고 썼는데 댓글에서는 안 나오네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자는 주장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네요. 전세계 커버가능 언어가 훨씬 효율이 좋으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소통하는 시대에는... 영어구사능력이 큰 혜택이죠. (지리적 영역뿐만 아니라 몇몇 산업계랑 학계도...)
그래도 전 스패니쉬문화도 한국어문화도 젊은문화도 일본어문화도 러션문화도 함께 존재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물론 영어가 모국어인 경우가 최고로 효율적이며 이로울 것이지만 ㅋㅋㅋ 아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