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댓글은 정보의 생산과 소통 방식을 단번에 바꾼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창구입니다. 대중들은 댓글을 통해 어떤 주제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스스로 개진하고 토론을 통해 타자와 생각을 교환합니다. 이런 점에 기초하여 어떤 이들은 온라인 댓글을 민주사회의 열매라고까지 칭송하기도 하죠. 하지만, 온라인 댓글이 마냥 긍정적인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폭력적이고, 무지하며, 추악한 생각과 감정들 역시 배설물처럼 댓글로 분출되고 있으니까요. 똑똑하고, 사려 깊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마저 끔찍한 댓글 테러들로 골머리를 앓다 아예 댓글란을 없애버렸을 정도이니, 댓글의 추잡스러움은 사이트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인가 봅니다.
몇주 전, 내셔널 저널(National Journal) 역시 비슷한 이유로 댓글 정책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전까지 댓글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던 관리자가 선별적으로 악성 댓글들을 삭제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놀랍게도, 이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제기되었음에도, 오히려 독자의 참여도와 방문자 수는 동반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1회 방문당 페이지 뷰는 10% 이상 증가했으며, 순수 방문자 만을 고려했을 경우 이 숫자는 14%까지 솟구쳤습니다. 재방문 비율 역시 20% 이상 증가했으며, 싱글 페이지 방문수가 줄어들 동안 2페이지 이상 방문하는 독자의 수는 오히려 20% 가량 상승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미케니칼 터크(Mechanical Turk) 사용자 10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5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내셔널저널의 기사만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기사와 함께 실제로 그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들까지 살펴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집단 모두에게 기사의 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같은 저자가 쓴 기사를 더 읽어볼 의향이 있는지, 기사를 읽고 난 뒤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질문했습니다. 모든 답변은 5점을 만점으로 0-5점 사이에서 고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기사의 질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두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악성 댓글이 달린 기사에 대한 평가 점수가 같은 내용이지만 댓글이 없는 기사의 질에 대한 평가 점수보다 8% 가량 낮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기사의 질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악성 댓글에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결국, 물론 많은 후속 연구들이 뒤따라야하겠으나, 내셔널저널이 거둔 최근의 성공은 악성 댓글의 관리에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댓글 관리를 통해 사이트 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향상시키고, 기사 내용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더 많은 방문자들이 더 오랜 시간 사이트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댓글 정책, 무작정 간섭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실익을 꼼꼼이 따져봐야겠습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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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관리 정책중 한가지로 민주투표형식이 있죠, 일정수 이상의 투표를 얻으면 블라인드 처리되고 보고 싶은사람은 클릭해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아 그렇군요. 정말 괜찮은 방식 같습니다.
민주적이긴 하지만 특정 성향을 띤 다수가 소수 의견을 억압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습니다. 블라인드 기능이 아니라 추천/반대만 있을 경우에도 그러한 현상이 약하게나마 나타날 것이라 봅니다. 정말로 보편 타당한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악성 댓글은 물론 블라인드 되겠지만 이외에도 다수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들이 모조리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실제로 추천/반대 수로 블라인드를 하고 몇몇 유저가 권한을 위임받아 글을 삭제할 수도 있는 사이트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만, 건전한 댓글문화나 비판적 수용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몇몇 유저가 삭제까지 하는건 정말 오버같네요. 삭제나 언블라인드 권한들은 진짜 공정한 사람한테 줘야지요. 해당 커뮤니티에서 오래 싸돌아다녔다고 받을 권한은 아니죠.
악성댓글이가 좋은댓글를 구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사 그 자체에도 영향을 주는 군요. 굉장히 의미있는 결과로 보입니다.
네, 저도 말씀하신 부분이 흥미로워 소개 기사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인지의 경계는 노력하지 않으면 참으로 불분명해질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