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전쟁 (Nuclear war)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핵전쟁이 절대 발발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지역에 미군이 투하한 핵탄두는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핵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핵무기의 위험성이 핵전쟁의 강한 억제 기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핵 폐기 프로그램에 따라 실제로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숫자는 냉전시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 시절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핵전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우발적으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핵무기가 투하된 지점과 그 주변 지역들을 중심으로 수천만 인류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큰 위협은 핵겨울이 도래하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핵전쟁이 발발하면 연이은 핵폭발로 인해 엄청난 먼지가 대기층에 적체되면서 태양광선이 차단되고, 이로 인해 핵겨울이 최소 수년간 지속됩니다. 따라서, 경작을 통한 식량 생산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인류가 아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위기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남은 운좋은 몇몇 인류도 만연하는 질병에는 속수무책일 것입니다.
2. 생명공학 유행병 (Bioengineered pandemic)
자연발생적인 유행병은 많은 인명 피해를 끼칠 수는 있지만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항체를 가진 사람이 어디서든 생겨나며, 그 후손들은 이러한 유행병에 더욱 내성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진화론의 시각에서 기생 동물이 숙주를 말살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숙주의 전멸은 곧 기생 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생명공학 기술이 잘못 쓰이거나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이러한 유행병의 파괴력이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가 가진 높은 전염성을 응용하면, 다른 질병의 확산을 훨씬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천연두를 변형하여 쥐에 이식하면, 천연두에 대한 내성을 이미 가진 사람들조차 쥐가 옮기는 신종 바이러스에 속수 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죠.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당분간 이러한 위협이 곧바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실험실 환경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고, 생명공학 기술의 응용에는 높은 기술력과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범죄집단에 의한 악의적인 접근이 쉽게 허락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이에 대한 진입 장벽이 점차 낮아진다면, 불손한 의도를 지닌 집단에 의해 생명공학 기술이 악용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입니다. 이른바, 바이오 테러리즘의 등장인 것이죠.
3. 초지능 (Super-intelligence)
인공지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초지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은 인류의 생명을 절대 위협하지 않는다는 절대 원칙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로봇 악당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각과 자율학습 등 나날이 발전해가는 초지능 기제는 초지능이 과연 인간이 미리 설정한 규칙들에 영원히 순응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전달합니다.
인류는 발전하는 기술의 보조에 맞춰 이를 견제하는 체계 또한 동시에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지성폭발(intelligence explosion, 한 소프트웨어가 더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양상 – 역자주)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견제 체계보다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인류가 초지능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4. 나노기술 (Nanotechnology)
나노기술은 원자나 분자 크기 단위의 물질을 통제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내포하는 가장 강력한 위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를 제작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론적으로,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보편적 다수가 아닌 특정인들에게만 효력을 미치는 신경가스 개발이 가능합니다. 대중 전체를 특정 권력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보편적 감시 체계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냉전시대 핵무기의 개발로 인하여 군비 경쟁이 심화된 것처럼, 나노 무기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 역시 열강들 사이에서의 군비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핵전쟁의 위협처럼 나노전쟁의 위협 역시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5. 미지의 위협들 (Unknown unknowns)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위협은 아직 인류가 존재의 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위협은 당신이 그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미리 알아차렸다 할지라도 이미 불가항력의 것일 가능성이 높죠. 아직 그 위협에 대해서 인류는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모른다는 사실이 그것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Popular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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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진주 운석만 해도 그렇고,,, 핵보다는 오히려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 생명 멸절이 더 확률이 높은것 같습니다.
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 기억에는 원문 저자도 운석 충돌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인류 전체의 멸망을 초래할만한 운석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게 보는 것 같았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을 보니 저자가 왜 그런지 그 근거는 설득력 있게 제시 못한 것 같네요. 하여간, 소행성 충돌의 위험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원더보이님의 의견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
핵전쟁 후 핵겨울이 참 무섭네요. 갑자기 기후가 바뀌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겠군요.
네, 위에 원더보이님 댓글에서 나온 소행성 충돌이 수십 차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ㄷ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