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책] 홀루시네이션(Hallucinations)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신작 “홀루시네이션(Hallucinations)”은 홀루시네이션, 곧 환각이 보다 일반적인 것이며, 어쩌면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경험일지 모른다고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322쪽 분량의 이 책은 두통, 정신착란, 간질, 마약 또는 시각장애와 파킨슨 병과 같은 ‘생물학적’ 장애에 의한 환각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곧, 정신분열이나 양극성장애에 의한 환각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는 서문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환각의 효과는 오직 이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환각을 겪은 이들의 경험이나 충격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두 모은 소품집, 또는 환각의 역사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장 중 하나는 우리의 뇌가 환각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의 뇌가 스릴을 추구하며 일정한 자극을 필요로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 자극이 부족할 때 스스로 환각을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환각은 우리의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 중 하나가 심각하게 부족할 때 종종 발생합니다. 시각 장애자가 어느 날 갑자기 선명한 (그러나 아무 소리는 들리지 않는) 시각적 환각을 보게 되며, 청각 장애자들이 음악을 듣게 됩니다. 이런 영구적 결핍만이 환각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일시적 결핍이나, 단조로운 자극 역시 환각을 유도합니다. 초기의 탐험가들은 끝없는 바다, 사막, 극 지방에서 환각을 경험하고 이를 기록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환각은 장거리 비행사와 버스, 트럭 운전사들의 흔한 직업병입니다.

뇌 장애 역시 환각을 발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파킨슨 병을 앓는 이의 1/3이 아무런 시각장애 없이도 환각을 경험합니다. 환각은 편두통과 간질의 시작과 함께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시적 뇌 장애를 만드는 마약 역시 환각을 일으킵니다. 색스는 자신이 젊은 시절 경험했던 마약들인 LSD, 메스컬린, 대마, 암페타민, 클로랄 하이드레이트, 주사용 몰핀 등이 유발한 환상에 대해 책의 한 장을 들여가며 설명합니다. 그는 자신이 스무알의 아테인(Artane, 벨라도나가 포함된 합성약)을 먹은 후, 부엌에서 발견한 거미와 분석철학을 토론했던 일을 회상합니다.

나는 거미공포증이 있긴 하지만, 그가 다소 부러워졌습니다. 내가 경험한 가장 기억할만한 환상은 친구집에서 몇 개의 환각버섯을 먹은 후 맥주병과 라틴어 동사변화가 포함된 대화를 주고 받은 일입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폭력적 경험 등에 의해 생긴 심각한 트라우마도 다시 특정 장면이나 소리, 물건등으로 부터 트라우마를 겪은 이에게 환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처음 겪었던 사건을 매우 생생하게 다시 겪게 됩니다. 물론 모든 트라우마가 생존에 위협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색스는 자신이 사무실에서 넘어져 엉덩이를 다친 일을 몇 달 뒤 다시 환각으로 경험한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나 역시 수십년 전 치과에서 겪었던 공포스런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그 소리와 불쾌한 에어노즐의 느낌과 함께 다시 겪습니다.)

나는 색스의 모든 책을 좋아하지만, 이번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나를 실망시켰습니다. 평소 명료한 글을 쓰던 그는 이번 책에서는 다소 거추장스럽거나 감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15개의 장은 특별한 순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복잡한 전문용어들은 전혀 정의가 되어 있지 않고, 이는 그가 누가 이 책을 읽을지를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본문에 포함되는 것이 더 나았을 법한 거대한 각주들은 마치 책에 자라난 환각버섯 같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책은 명확한 결론이나 요약없이 끝이 납니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명쾌함과 열정의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내심있는 독자들과 좋은 의학사전을 가지고 있는 이들, 그리고 색스의 팬들은 이 책을 충분히 좋아할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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