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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토론의 장] 자원봉사가 개발도상국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뉴욕타임즈의 사설 코너 중 하나인 토론의 장(Room for Debate)을 소개합니다. 이 섹션은 일방의 의견만 보여주는 사설 대신 같은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논평을 너덧개 같이 보여주어, 독자가 직접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관광 자원봉사 활동’ (Voluntourism : Volunteer(봉사활동) + Tourism (관광)) 을 다룬 토론의 장 5개 글 중에 2개를 요약 번역하였습니다.

[가난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휴가는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기회를 주죠. 최근의 ‘자원봉사활동’ 은 서방 국가의 잘사는 국민들에게 고아원을 방문하거나 학교를 지으면서 새로운 삶을 잠시 경험하게 해줍니다. 크루즈 여행이나 해변에서의 휴양 대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죠. 문제는 이 짧은 봉사활동이 도움받는 단체를 자원봉사자에 의존적인 단체로 조명한다는 겁니다.

다 허물어져가는 동네, 옷을 반쯤 걸친 아이들, 무너진 학교는 완벽한 배경입니다.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요! 그러나 제대로 된 능력이 없는 자원봉사자가 이주 정도 집짓는 흉내를 내다 오는 건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봉사활동은 자원봉사자에게 가난을 엿볼 기회를 주고, “아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 같은 기분을 일깨워줄 뿐이죠.

그러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소(Shelter) 는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짧은 방문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습니다. 싱글맘이 음식을 기부한 학교 어린이들에게 직접 고맙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정폭력에 상처받은 이들이 보호소를 지어준 이들을 만나 그들의 상처를 내보일 필요도 없고요.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보호받아야할 품위가 있는데 이를 ‘이국적인’ 형태로 포장판매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원문보기)

[열심히 일하고, 경험을 즐기세요]
저는 전세계에 집을 짓는 ‘사랑의 집짓기’(Habitat) 활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루나 네팔의 산자락같이 도움이 필요한 15개 국가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요. 전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일반 미국인이 경험할 수 없는 걸 보고 느낍니다. 일이주일 일하고 하루 이틀 관광을 떠나기도 하지요.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 내내 땀을 뻘뻘 흘렸다면 니카라과 해변의 노을이나 인도아이들과 찍는 셀카샷은 충분이 그들이 번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곳까지 온데는 모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도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해서 이기적인 건 아니죠. 이 “이기심”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진으로 무너진 아이티에 132 개 집을 세우는 건 꿈도 못꿨을 겁니다.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을 운영한 우리, 새로운 집을 얻은 아이까지 모두가 윈윈이죠. 무너진 집에 살다 새 집을 선물받은 아이가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떠올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원문보기)
(NY Times)

뉴욕타임즈 토론의 장 [Room for Debate] 사설 5개 전문 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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