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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점진적 평화 통일은 몽상인가

현재 북한의 태도와 상황을 볼 때 한국의 대통령이 통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소 의아해보일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져 있으니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엄청날 것이고, 젊은 김정은을 앞세운 정권을 그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때는 미국과 핵으로 맞짱을 뜨겠다고 공언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여성혐오성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통일 이야기를 꿋꿋하게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 연초 “통일대박론”을 시작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말했고,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세 가지 제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대번에 일축했죠. 실제로도 박 대통령의 제안은 몇 가지 이유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꿈에 가까워 보입니다. 우선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그렇고, 통일이 경제적으로 “대박”이 될 가능성에도 이론의 여지가 있죠. 박 대통령의 보좌진은 2050년에 통일 한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이나 독일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치를 들고 나올지도 모르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들어가는 통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제안이 한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여론에서 나온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인들이 통일을 꿈꾸고 있다 해도, 분단 후 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아픔은 무뎌졌고 남북 간의 이질감은 커졌죠. 올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을 “우리”라고 생각하는 (남한의) 20대는 14%에 불과했습니다.

통일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온 야권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 자신이 통일에 대해서 만큼은 초당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을 하나의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대통령의 통일 구상에는 3대에 걸쳐 폭정을 휘둘러온 김씨 왕조가 김정은의 미숙함, 경제적 어려움, 외부 정보의 확산 등으로 인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깔려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통일은 점진적,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야당의 김한길 대표도 지적했듯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재난이 될 것이고, 박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죠.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통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통일이 막연한 이상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인도주의적 재난이 되는 상황에 대비해 국민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계획을 점검해보기 위한 포석인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에 깊이 연관되어 있는 두 외부 세력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에 3만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통일 후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첫 번째 과제로 삼게 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도 통일 후 계획을 완전히 공유하고 있지 않은데, 중국은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사실 한반도 통일은 중국이 이를 묵인하느냐 마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미군과 국경을 맞대고 싶지 않은 중국이 북한을 보호령으로 삼거나 친중국 정권을 세우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미국, 중국 간 상호 이해가 부족한 경우 그 비용은 엄청나지만, 지금처럼 북한이 중국의 동맹으로 남아있는 한 한, 미, 중 사이에 통일과 관련한 허심탄회한 대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미군이 모두 떠났지만, 미국, 중국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통일 한국.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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