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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처음으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대개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가졌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영국 상류층 사회를 묘사한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를 보면 고상한 귀족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주말(weekend)”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그녀와 같은 귀족들에겐 매일 매일이 여가 시간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지루한 노동을 반복해서 계속해야 했습니다. 취리히 대학의 경제사학자인 한스 호아킴 보스(Hans-Joachim Voth)에 따르면 1800년대에 영국 노동자는 일주일에 평균 64시간 일을 했습니다. 그는 19세기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하는가로 그 사람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평균 주당 근무 시간은 지난 100년간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965년에만 해도 대학 학위를 가진 남성의 경우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진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부유했고, 조금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는 대학 졸업장을 가진 남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성에 비해 여가 시간이 8시간 적었습니다. 작년에 발표된 미국인들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관련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하루 평균 2시간 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남성 중에서 주당 50시간 이상을 일하는 남성의 비율이 1979년에는 24%였지만 2006년에는 28%로 상승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제 부유한 것과 더 많은 여가 시간이 있다는 것을 함께 묶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대체효과로 설명합니다. 높은 임금을 받을수록 여가 자체가 가져오는 기회 비용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소득분포 상위에 있는 사람들의 임금이 크게 오른 반면,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의 임금은 정체되었거나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부자들은 더 오랫동안 일을 하려고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일을 더 적게 하게 되었습니다.

승자독식과 같은 근대 경제의 특징은 이러한 대체효과를 더 확대 시켰습니다. 세계화로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유튜브나 애플과 같이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이익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기업일수록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것이 가져오는 이득은 큽니다. 이는 고소득 숙련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몇 시간 더 일한다고 바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성공적인 직장인들은 대체로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승자독식 경쟁 체제에서 큰 보상을 받습니다. 1980년에는 같은 직군에서 주당 40시간 일하는 남성에 비해 주당 55시간 일하는 남성은 11%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임금 격차는 25%로 증가했습니다.

1899년에 미국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 (Thorstein Veblen)은 여가가 명예 훈장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부자들은 더럽고 반복적인 일을 하도록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한 계급은 노동을 하는 대신 글을 쓰거나 자선, 그리고 토론 등의 활동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최근 옥스퍼드 대학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베블렌의 이러한 주장은 시대 상황에 맞춰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기계를 들어올리는 것과 같은 육체를 사용하는 일보다는 패션 디자이너와 같은 일자리가 더 많습니다. 즉, 과거에 부자들이 여가 시간에 했던 활동들이 직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일들을 노동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가 시간이 많다는 것은 더 이상 권력의 지표가 아니라 불필요한 사람, 혹은 실업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직업 만족도를 보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서비스 직종이나 단순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업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사회학자 아리 혹스차일드(Arlie Hochschild)에 따르면 하는 일이 지적으로 자극이 되거나 고무되는 것일수록 사람들은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것을 즐기게 됩니다. 또 부유한 사람들은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6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들은 소득이 2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에 비해 TV를 시청하는 것과 같은 수동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비율이 40%나 낮았습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가 시간이 증가한다는 것은 저숙련, 단순 노동을 요하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65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미국인의 실업률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실업률보다 고작 2.9% 높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차이는 8.4%로 증가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여가 시간을 늘린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여가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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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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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중간에 버클리 사회학자 부분에 아리 혹스차일드 이름이 빠졌네요. 최근 국내에도 감정노동, the second shift등의 저서와 개념이 번역되면서 잘 알려진 사회학자입니다.

    • 혹스차일들의 논문이 언급된 부분에서 관련 논문 링크가 본문에 빠져 있어서 제가 번역하면서 혹스차일드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깜빡했나보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정 노동도 이 분 연구 분야인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본문 첫부분의 영국 드라마는 다운타운 애비(Downtown Abbey)가 아니라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입니다. 원문에도 Downton이라고 적혀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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