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토퍼 젠크스(Christopher Jencks) 교수는 오랫동안 소득 불평등을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지난 10년간 공들여 온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는 소득 불평등이 국민들의 건강이나 경제적 기회, 정치, 그리고 범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는 말합니다. “책의 6개 혹은 7개 챕터의 결론이 모두 ‘정확히 소득 불평등의 결과를 알기 어렵다’라고 쓴 것을 발견했죠.” 미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역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소득 불평등이 가져오는 결과를 측정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론은 늘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최근 쏟아져나온 소득 불평등의 해로운 결과에 대한 주장이나 연구들과는 상반된 것처럼 들립니다.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소득 불평등 증가가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고 경제 불안을 불러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수석으로 재직하는 동안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크루거(Alan Krueger) 교수도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는 표현을 통해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일수록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할 확률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국의 역학자들인 케이트 피켓(Kate Pickett)과 리차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은 소득 불평등의 파장에 대해서 아마도 가장 대담한 주장을 한 학자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심각한 소득 불평등은 사회의 유대감을 약화시키고, 사람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며 범죄를 조장하고 사람들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피켓과 윌킨스는 심각한 불평등이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정복감과 굴복감(feelings of dominance and submission)이 강화되고 이것이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와 사회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데이터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까요? 위와 같은 분석의 문제는 이들이 소득 불평등과 기대 수명이나 범죄율과 같은 것들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 병폐들을 야기시킨 원인이라는 걸 증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상관관계는 있을지 몰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소득 불평등 이외에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는데 이러한 원인들로부터 소득 불평등을 분리시켜서 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기대 수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짧은 이유는 아마도 국민 모두에게 건강 보험이 보장되는 (universal health care)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비해 계층 이동 정도가 높은 이유는 북유럽 국가 정부들이 미국보다 유아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애리조나 대학의 사회학자인 레인 켄월씨(Lane Kenworthy) 교수는 하버드 대학의 젠크스 교수의 공저자였지만 젠크스 교수가 프로젝트를 떠난 뒤 혼자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소득 불평등의 파장을 측정하는 연구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규범적인 이유에서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소득 불평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가설을 재빨리 세우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부족합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우 미국이 소득 불평등이 가속화된 1980년대에 비해 소득 불평등 정도가 낮았던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훨씬 더 많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을 자신의 책에서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켄월씨 교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가 이 두 시기에 경제 성장률이 달랐던 유일한 이유가 아니며 실제로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켄월씨 교수는 여러 국가들을 비교했을 때 영국과 미국을 데이터에서 제외하면 소득 불평등과 기대 수명, 영아 사망률, 혹은 대학 졸업률과 같은 변수들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소득 불평등에 대해서 우려해야 하는 것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학 이론에는 심각한 불평등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중산층 가정이 소득 1백만 원을 더 벌어들이는 경우 이것이 그 가정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정도가 억만 장자가 5백만 원을 잃었을 때 그들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효과보다 크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돈 많은 이들에게는 하찮은 액수도 가난한 이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액수가 될 수 있고, 그만큼 돈이 귀중하게 쓰인다고 해석할 수 있죠. 이러한 현상이 경제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시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 이론 자체는 소득 분배를 지지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몇몇 연구들이 소득 불평등 증가가 가져오는 효과를 과장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소득 불평등이 건강이나 교육 불평등과 같은 다른 종류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들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불평등이 부모나 그 이전 세대로부터서 상속된다는 점에서 불평등이 지속되거나 증가하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켄월씨 교수 역시 소득 불평등이 가져오는 흥미로운 결과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소득 분포 상위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부가 축적될수록 중산층 사람들의 소득 증가율이 느려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소득이 상위 1%에 집중되는 것과 나머지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것 사이에 논리적 연결 고리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소득이 상위 1%에 집중되면서 이들이 정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권력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젠크스 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둘러싼 논쟁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묻겠죠. 증가하는 소득 불평등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하나라도 증명할 수 있나요? 제가 인정할 수 있는 학문적 잣대로 봤을 때 그 근거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도 묻고 싶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가 소득 불평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증명할 수 있나요? 그들 역시 이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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