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하트랜드 인스티튜트, “기후변화는 거짓말” 억지 주장

매년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에 관한 심각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할 즈음에 맞춰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단체가 하나 있습니다. 하트랜드 인스티튜트(Heartland Institute).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를 하는 연구소라고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기관이 말하는 과학은 사이비 과학이라고 폄하합니다. 하트랜드 인스티튜트를 운영하는 자금을 대는 이들은 억만장자 코크(Koch) 형제를 비롯해 티파티, 공화당 강경파 의원, 보수주의자들을 지원하는 이들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정도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한 유엔의 보고서가 발간되자, 하트랜드 인스티튜트는 예외없이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사이비 과학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내용인지 독자 여러분들이 한 번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연구소 내 과학자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고 합니다. 하나는 기후변화는 실재하지 않는 완전한 허구라는 주장, 다른 하나는 지구가 조금 따뜻해지는 건 실제로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하트랜드 인스티튜트가 내놓은 주장의 핵심은 기후변화가 지구에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유엔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반박하는 논문의 대표저자인 이드소(Craig Idso)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콩이 훨씬 빨리 싹을 틔우고 잘 자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사람이 아니라 콩이라고 가정해보세요. 기후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적 사실과 실험에 기반한 연구 논문이라면 관련된 참고문헌이 있겠죠. 하트랜드 인스티튜트의 보고서에도 참고문헌들이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하트랜드 인스티튜트 보고서의 참고문헌 대부분은 1970년대에 발표된 논문들입니다. 21세기에 발표된 논문은 단 하나. 1904년과 1918년 논문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후변화는 전부 거짓말이라는 주장은 대담하지만, 과학적인 반박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입니다.

하트랜드 인스티튜트는 미국의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 관련 기업, 이익단체들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환경보호국(EPA)과 대립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 집 지붕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관계자들의 어록 몇 가지를 더 소개합니다.

은퇴한 물리학자 싱어(Fred Singer): (지구의) 기온이 올랐다는 데는 (과학자들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다만 그게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하트랜드 인스티튜트 배스트(Joseph Bast) 소장: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안 미쳤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는 정말 미미해요. 이산화탄소의 (자연적인) 증가가 더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죠. (Guardian)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 저도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냥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는 단순한 현상이니...) 그런데 관련 지식이 짧은 탓에 마지막에 나온 두 어록이 '어록'인 이유는 '학교에서나 언론에서 그렇게 들었다'는 정도로밖에 들 수가 없네요ㅠ 평균기온 상승과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그리고 인간 활동의 인과관계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아보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물론 기후 변화의 허구성, 무해함, 심지어는 그에 대한 인간의 무죄(?)까지 주장하는 단체들의 배경이나 그 주장 자체를 봤을 때, 진지한 논의까지 갈 것도 없이 이해 관계가 개입된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제가 틀렸다, 혹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반박하고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근거를 찾고 싶어하는 성격이라 물음표만 자꾸 생기게 되네요ㅎㅎ; 각의 삼등분 불능 문제의 증명이 틀렸다고 역설하는 글이나 창조과학회(!)가 쓴 성명문도 주의 깊게 읽어 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할지도요...^^;;

    • K님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듯이, 저는 글을 소개할 때 원문에 최대한 가깝게 번역하기보다는 원문에서 인용한 사실관계에는 충실하되 원문의 논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 생각에 강조할 만한 부분은 강조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생략하는 식으로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문에서 대놓고 Heartland Institute를 사이비과학이라고 단정짓진 않았지만, 글 전반에 흐르는 논조를 보면 K님도 말씀하신대로 Heartland Institute는 정유사, 에너지 회사의 이해관계에 철저히 복무하는 억지 단체입니다. 사람들한테 사람이 아니라 콩이라는 상상을 해보라니요.. 밑도 끝도 없이..?;; 저도 이 글의 논조에 충분히 동의하기에 '어록'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 단체를 비하하는 제 견해를 글에 녹였습니다.

      • 사려 깊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원문까지 같이 읽어보니 조금 더 와 닿는 부분이 있네요~ 마지막에 나온 Heartland Institute 측 사람 두 명의 모순되는 발언은 충분히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들 단체의 배경이나 황당한 행동들을 배제하고도 어떻게 핫연 만족스럽게 반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좀 더 호기심이 생기게 됐습니다ㅎㅎ

Recent Posts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11 시간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3 일 ago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7 일 ago

[뉴페@스프] 습관처럼 익숙한 것 너머를 쳐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