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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국과 미국, 왜 충돌할 수 밖에 없나

“친구도, 적도 아니다.” 지난 20년 간 미중 관계를 묘사해온 표현으로, 이제는 일종의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정제된 표현은 아니지만, 그 속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중요한 안보 이해를 공유하고 있지도 않고, 정치 이념이나 세계관도 다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념, 안보면에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까지는 여기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꽤나 단단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이 표현이 처음으로 사용된 때와 비교해 세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중국 경제가 엄청나게 성장한데다, 금융위기로 유럽과 미국이 큰 타격을 입어 중국의 부상은 더욱 두드러져 보이죠. 2007년 미국 경제 규모는 중국의 4배였으나, 2012년에는 2배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달라진 위상 때문에 양 국의 서로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2010년을 기점으로 보다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미국은 중국 견제의 목적을 기저에 깔고 있는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이라는 구호로 이에 대응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미중 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선임 연구원 니나 하치지언(Nina Hachigian)새 책 <중국을 논하다: 10개의 대화로 보는 미중관계(Debating China: The U.S.-China Relationship in Ten Conversations)>는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과 중국의 미국 전문가들을 한 명씩 짝지워 인권, 기후변화 등 양자 관계의 주요 이슈 10가지를 두고 벌인 토론을 정리한 책입니다. 저자가 직접 진행한 대담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은 후, 의견 차를 보인 지점에 집중해 더욱 심도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이 대화의 결론은 양자 관계의 미래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죠.

물론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이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는 지점도 있습니다. 양자 관계에서 불신이 더 커진 것은 중국 내 민족주의의 부상 때문이라는 의견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 중국군의 현대화, 대만과 같은 사안에 이르면, 두 나라 전문가들의 시각은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냅니다. 철학이나 이념이 다른 경우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죠. 문제는 양 국이 앞으로 여러 사안에 동의하고 협력하게 되더라도, 의견이 충돌하는 사안들이 양국 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거라는 점입니다. 이 책은 앞으로 미중 관계가 “친구도 적도 아닌” 사이에서 경쟁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간 미국의 대중 정책은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두 개의 축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유주의에 근거해 중국이 투자와 무역을 통해 현존 국제 질서에 편입되고 나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국제 질서 유지를 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현실주의에 근거해 중국이 그와 같은 이해당사자가 될 때 까지는 동맹국들과 협력 하에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반(反) 국제 질서 행위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었죠. 이 책을 통해서 드러난 문제는 현실주의 쪽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담에서 드러난 중국 엘리트들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중국이 현재 상대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결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동맹국들이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해나가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적 회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 추세로 성장한다면, 미국이 그러한 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점차 어려워질 것입니다.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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