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주택금융시장으로부터 촉발된 금융 위기 이후 바닥을 친 미국 경제는 최근 들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 활황 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중위층(Median)이 2013년에 벌어들인 소득이 1989년과 비교할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산층의 소비력 감소로 인해 미국 경제의 기초 모멘텀이 소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의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이 밝힌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이러한 의구심에 불을 지피고 말았습니다. 고든은 20세기 미국이 보여준 눈부신 경제 성장 과정은 산업혁명에 의해서 촉발된 이례적인 현상(anomaly)으로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기술적 도약을 통해 물류 수송과 통신, 의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산업혁명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경제 성장이 괄목할 수준으로 이루어진 시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고든은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 도약을 통해 부양된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1960년대를 기점으로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 시대의 정체된 경제 궤도로 회귀하고 말것이라 주장합니다.
고든의 시각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 경제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산업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은 종종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대표되는 산업 기술의 도약 과정으로만 요약됩니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 만큼이나 산업혁명 시대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요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화석 연료의 사용이었습니다. 화석 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선택한 인류의 결정은 산업혁명 초기의 많은 기술적 역량이 화석 연료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집중되도록 유도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이미 과학자들은 오늘날과 같은 조력발전모델을 구체화했고 전기자동차를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술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석탄발전소 및 석유자동차와의 경쟁에 밀려 사장되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에너지의 선택이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결정한 결과를 낳은 것이죠.
이러한 시각에서, 미국에서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기술적 도약 과정이 임박했음을 쉽게 예상토록 합니다. 고든은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 도약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 평가했습니다. 이를 바꿔말하면,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을 통해 얼마든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죠. 미국의 산업혁명이 여전히 진행중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종말한 것은 산업혁명이 아닌 화석연료시대인 것입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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