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난과의 전쟁(the War on Povery)’ 캠페인 50주년 행사 연설에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상원의원은 결혼이 아이들과 가족들을 가난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선거철에는 경제 불평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해법의 일환으로 결혼장려 정책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이렇게 정치권에서 가난을 구제하기위해 결혼이라는 수단을 동원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결혼은 가난을 구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정부가 추진하는 결혼장려 정책의 근저에는 결혼과 가난의 상관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자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미혼자들과 비해 기혼자들이 가난할 확률이 훨씬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부부가 모두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정부가 규정하는 빈곤선(poverty line) 밑으로 분류되는 사례는 극히 드문 반면, 편모가정의 경우 약 1/3가량이 빈곤선 아래로 분류됩니다. 또한, 혼인한 부모가 모두 존재하는 가정의 경우, 아이 8명중 1명꼴로 빈곤선 아래의 삶을 살아가지만, 편모가정의 경우 아이 2명중 1명까지 이 비율이 솟구칩니다. 경제학자 라지 체티(Raj Chetty)는 그녀의 새로운 연구를 통해 소득 이동성(income mobility)의 관점에서 가족구조(family structure)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예산의 낭비일뿐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크리스티 윌리암스(Kristi Williams)는 정부의 결혼장려 정책은 가난과 결혼사이의 인과관계를 역으로 잘못 파악한 것이라 비판합니다. 그는 기혼자들이 가난할 확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결혼이 가난을 치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난이 성공적인 혼인관계를 방해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밀턴 프로젝트의 책임자 멜리사 커니(Melissa S. Kearney)의 추정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두 성인이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용소득의 증가폭도 여성임금의 30% 수준에 그칠만큼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높은 자녀의 양육비를 감안하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적 이유만으로 미혼자가 결혼을 선택할 유인이 그리 크지 않은 셈입니다.
점점 추락하는 혼인율에 대처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는 높이 살만합니다. 하지만, 가난을 끝내기 위해서 결혼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가난을 해결해서 혼인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결혼장려 프로젝트의 책임자 브래드포드 윌콕스(Bradford Wilcox)가 밝혔듯이, 결혼은 감정 뿐만 아니라 양육과 경제적 동인이 결합된 결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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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결혼장려 프로젝트가 다 있군요. 호오...
이래서 사회과학이 어려운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재밌게 읽고 있어요 :)
확실히 가난해서 결혼할 돈이 없고 훌륭한 배우자 조건에서 쉽게 배제되기 때문에 결혼을 안하는거지 결혼해서 부유해지는건 아니겠죠. 물론 결혼한쪽이 결혼하지 않은 쪽보다 행복하다는 얘기도 있으니 결혼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