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벨리가 이끄는 IT산업과 이로 인한 금융 산업의 번영은 수많은 고소득직 종사자들을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도심지내 개발 제한으로 인하여 주택 공급이 이러한 수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면서 주거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기존의 중저소득계층들은 더 낮은 주거비용을 찾아 쫓겨나다시피 시외곽으로 탈출(Exodus)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심내 역학 변화로 인하여 새로운 고소득직 거주자들이 도심내 주거단지로 유입되면서 주거 비용을 상승시키고, 그로 인해 그 곳에 살고 있던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계층들을 외곽으로 밀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도심재개발이나 기반시설리뉴얼 등과 같은 도시 정책들을 추진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소득 중하위계층들이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영향 받기 때문에 기회 불평등, 주거질의 불균형, 소득 양극화라는 현상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죠. 이로 인해, 도심지내 노른자위를 새롭게 차지한 고소득직 거주자들은 경제적 약자들을 쫓아내는 악마처럼 종종 묘사되고 있으며,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콜롬비아 대학의 랜스 프리맨(Lance Freeman)과 콜로라도 대학과 듀크 대학의 연구팀들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이전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저소득계층에게 꼭 나쁜 현상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고서는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들 계층에게 재정적으로 더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가 그만큼 잠재 거주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의미이며, 이는 종종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경제기반의 몰락으로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한 디트로이트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정확히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 현상이 함축하는 경제적 기회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러한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분개하는 것일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실제적인 경제적 기회를 의미한다면, 오히려 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프리맨은 그 이유로 정책적 실패를 꼽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많은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었지만, 적절한 분배 정책을 통하여 그 과실이 저소득층까지 이어지도록 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몰려드는 인구 수용을 위해 도심지 개발 제한을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등의 적절한 주거 정책을 수립했다면 경제적 활황이라는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주거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치솟는 현상은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프리맨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고소득 IT 종사자들과 기업들이 아니라 무능한 정책입안자들과 정치인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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