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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의 “가치헌장”, 반 다문화주의인가 정교분리인가

-퀘벡 주정부에서 몬트리올 지역 및 국제관계 담당 장관을 지내고 있는 Jean-François Lisée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영국과 독일의 정상들이 속속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선언한 가운데, 그 기운이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에 닿았습니다. 원래부터 캐나다 연방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퀘벡주에서 집권당인 퀘벡당(Parti Québécois)이 연방 정부의 다문화주의에 반기를 드는 내용의 “가치 헌장(Charter of Values)”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애초부터 퀘벡주는 1982년 다문화주의를 명시한 연방 헌법을 비준한 적이 없습니다. “가치 헌장”은 퀘벡 정부의 비종교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은 종교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문화주의자들은 퀘벡당의 헌장이 무슬림과 기타 소수민족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는 이 헌장이 주의회를 통과할 경우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퀘벡의 깊은 카톨릭 전통에도 불구하고 퀘벡당은 종교 문제에 있어 정부 건물에서 십자가상을 철거하는 등 정책적 일관성을 보여왔습니다. 원래 캐나다에서는 공무원이 옷차림을 통해 종교색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금지되어 있죠. 프랑스적인 도시라기보다 코스모폴리턴 도시에 가까운 몬트리올에서 이 정도 정교분리의 원칙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 헌장은 봄에 표결을 거칠 예정이나, 통과가 되어도 연방 헌법에 의해 무효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캐나다의 연방 법원은 의외의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특히 다문화주의로부터 거리를 두는 판결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소수민족 집단이 점점 늘어나면서, 캐나다 대중도 다문화주의를 재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퀘벡 밖에 사는 캐나다인의 40%가 퀘벡주의 헌장을 지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죠. 이 헌장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캐나다 다문화주의의 종말도 멀지 않았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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