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이 재임한 지난 12년동안, 뉴욕시는 더 많은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보급하기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그 수는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주거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임금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어 더 많은 어포더블 하우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포더블 하우징의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당국을 향한 시민들의 불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심화되는 주거난과 고조되는 시민들의 불만을 의식한 탓인지, 블룸버그를 이어 올해초 새롭게 뉴욕시장으로 부임한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는 재임기간 중 5만호의 어포더블 하우징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과 각종 시민단체장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 하기만 합니다.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뉴욕시에서 사라진 38만 5천호의 어포더블 하우징 수와 비교하면 5만이라는 숫자는 작금의 주거난을 해결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수이기 때문입니다.
뉴욕시는 현재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Poverty Line) 소득의 2배 수준까지를 저소득계층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가구 총 소득이 $37,000(약 3천9백만원)이하인 가구가 여기에 해당되며, 이 가구들은 뉴욕시 전체 가구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연방 정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이들 저소득계층 가구가 최대로 부담할 수 있는 월 주거 임대 비용은 $900(약 95만원) 선이지만, 어포더블 하우징을 제외하고는 뉴욕시 어디에서도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집은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주거 임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좁은 원룸에서 온가족이 생활하거나 가뜩이나 비좁은 아파트에 2~3가구가 한데 모여 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어포더블 하우징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됩니다. 첫번째 원인은 약속된 기간(대개의 경우 30년) 동안 시장 임대료보다 훨씬 저렴한 세대를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세제 및 규제 완화 혜택을 지원받아 건설된 어포더블 하우징이 2000년대 들어 약속된 기한이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시장가격 세대(Market-rate Unit)로 차츰 전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물주와의 어포더블 하우징 보급 계약 기한을 갱신하려는 뉴욕시의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들에게 시장임대료에 비해 훨씬 낮은 수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각종 정부 규제에 얽매여 있는 어포더블 하우징은 전혀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었습니다. 두번째 원인은 뉴욕에서 비교적 주거비용이 낮은 할렘(Harlem)이나 코로나(Corona) 지역마저도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인하여 최근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지난 10여년간 어포더블 하우징 보급을 확대하려는 공공의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이 실패로 끝나면서 주택난이 더욱 가중된 것입니다.
어포더블 하우징 전문가들은 당국의 좀더 적극적인 접근을 주문합니다. 그들은 당국이, 블라지오가 선거운동 기간 중 대중들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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