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터미네이터라고도 불리는 유전자이용 제한기술(GURT, Genetic Use Restriction Technology)은 한 번 열매는 맺지만 그 뒤에 씨앗이 여물지 못하도록 한 유전자변형(GM, Genetic Modification) 기술입니다. 미국 농무부의 주도 하에 신젠타(Syngenta), 바이에르(Bayer), 바스프(BASF), 다우(Dow), 몬산토(Monsanto), 듀퐁(DuPont) 등 화학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참여해 관련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개발한 우수 종자를 소비자인 영세농들이 무단으로 재배하는 걸 막기 위해 유전자이용 제한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합니다. 이 기업들의 생산량을 모두 더하면 전 세계 곡물 종자의 60%, 농약의 76%에 이릅니다. 개발도상국의 영세농민들 사이에서는 매년 논밭을 일굴 때마다 비싼 값을 주고 종자를 사야 하는 데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생업 자체가 이들 대기업들의 정책에 좌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1990년대 들어 인도와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유전자이용 제한기술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기업들은 해당 종자들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이어 2000년에는 전 세계 193개 나라들이 UN 종 다양성 협약에 서명했고, 협약은 유전자이용 제한기술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세계 최대 농업국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에서 유전자이용 제한기술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농장주들은 약품 원료로 쓰이는 작물이나 제지 원료로 쓰이는 유칼립투스 나무 등 일부 종에 있어서 종자 터미네이터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라고 의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연상태보다 훨씬 빨리 자라는 종자를 쓰면 더 많은 물자를 빨리, 많이 생산할 수 있고, 다음 세대를 낳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자연상태에 퍼져 생태계 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없다는 게 농장주들의 주장입니다. 법안은 의회 내 농업 소위원회는 통과했지만, 환경 소위원회에서는 부결됐고, 결국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봐야 통과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단체들과 영세 농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 반대 시위를 벌였을 때와 이유는 비슷한데, 대기업들의 종자 관리에 농민들의 삶이 종속될 우려가 있고, 야생의 식물과 돌연변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거라는 겁니다. 이들은 브라질 정부에 10년이 넘도록 비교적 잘 지켜진 협약을 파기하는 물꼬를 텄다는 비난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UN 종 다양성 협약 회의는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립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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