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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슈퍼마켓, 이제 성장할 때가 되었나

“늦는 것과 아주 늦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11월 21일 영국 수퍼마켓 체인 모리슨스(Morissons)가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며 한 발언입니다. 영국 최대의 수퍼마켓 체인 테스코(Tesco)나 온라인 쇼핑만 취급하는 오카도(Ocado) 등 경쟁업체는 사업을 시작한지 이미 십년이 다되어 갑니다.

식료품 유통은 유통업의 가장 큰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좀처럼 온라인 쇼핑이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발전한 영국에서 시장점유율 5% 정도를 차지하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식품유통업은 마진이 박한데 모두 다른 온도에서 보관되어야 하는 저가 상품을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하면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직원이 직접 가서 선반에서 물건을 담거나, 아예 온라인 전용 대형 창고를 만들어야하는데 두 대안 모두 비용이 많이 듭니다. 배달 비용도 영국에서 10파운드(17,000원) 이 드는데 소비자는 3파운드 (6,000원) 이상 낼 용의가 없습니다. 소비자 또한 신선함을 직접 확인해야하는 식재품을 온라인에서 사기 주저합니다.

일찌기 온라인 슈퍼마켓에 뛰어들었던 개척자들은 지금 자취를 감췄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웹밴(Webven) 은 급속한 속도로 확장하다가 비용 관리에 실패해 2001년 파산했습니다. 영국의 오카도나 테스코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의 타켓은 지갑사정이 넉넉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가장 중요한 고객군입니다. “안들어가면 안되는 시장입니다.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죠.”

그러나 온라인 쇼핑도 이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미국의 경우 최대 온라인 사업자 Peapod이 커피 컵 이미지 스캔을 통해 주문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중입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 지역을 넓혀가고 있지요. 아마존은 2007년 시애틀에서 온라인 슈퍼마켓을 런칭한 이후 작년 LA에도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아마존이 나타나자 미국 2대 슈퍼마켓인 세이프웨이(Safeway)도 뛰어들었습니다.월마트는 아직 주저하는 모양새이나, 이 또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전에 주문하고 차로 픽업하는 “Drive-through”형태도 시험중입니다. 모리슨스는 이제 시장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빠르게 움직여야할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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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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