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T경영문화

패러디와 저작권

골디블락스(Golidieblox)는 여자아이들도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자아이들용 조립 장난감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입니다. 1년전 킥스타터를 통해 성공적으로 착수 자금을 마련한 이후 지금은 미국 전역 장난감 가게에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작한 유튜브 광고가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광고에 비스티 보이즈의 “Girls”에 나오는 가사 “집에서 설거지해줄 소녀들, 내 방 치워줄 소녀들”를 바꾸어 “우주선을 지을 소녀들, 새 앱을 개발할 소녀들”이라고 패러디를 했는데 음원 사용을 사전에 허락받지 않은 거죠. 골디블락스는 패러디였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패러디는 정말 저작권법으로부터 안전할까요?

대부분 국가의 저작권법상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등을 통해 저작권자가 사전허가를 알리지 않는 이상 무단 사용은 불법입니다. 미국에서는 두가지 예외가 있는데 첫번째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ing) 이라 하여 이미 대중에게 공개된 음원이 비슷한 형태로 재녹음될 경우입니다. 이를 재배포한 아티스트가 작곡가에게 무단으로 사용된 음원의 비용만 지불하는 식이죠. 두번째는 공정 이용(fair use)이라 하여 패러디, 비판, 비평을 학문, 정치,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하는 잣대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라이센싱 하기 어려운 음원을 패러디 하고 싶은 음악가들은 사전에 허가를 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골디블락스가 사전에 비스티보이즈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은 분명히 실수입니다. 강제실시권을 주장하기에는 음원의 형태가 아니라 비디오로 만들었기에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골디블락스는 사회적 비평을 하기 위한 용도로 이 음악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비스티보이즈 대변인의 문제 제기를 받자, 패러디로서 인정받기 위해 법원을 통해 비스티보이즈에 소송을 건 거죠. 비스티 보이즈는 다시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였고, 골디블락스는 다른 음악을 사용한 새 광고를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철회할 것이라 밝혔죠.

양측 모두 지금은 만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도 남녀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여자아이들에게 공학에 대한 꿈을 심어준다는 데는 대찬성입니다.” “저희도 사실 비스티보이즈의 굉장한 팬입니다.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제 연말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만 남았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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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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