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은 오늘날 전세계 모든 공항에서 승리하고 있다. 고지식한 공무원들이 내 작은 꿀단지를 가져가 버렸다”
위 트윗은 지난 3일, 리처드 도킨스가 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중 꿀단지를 압류당하고 올린 트윗입니다. 이 트윗은 2000번 이상의 RT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그 RT들이 모두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은 그에게 “이제 빈 라덴은 그만”, “꿀단지 가지고 징징대지 말기”, “규칙을 잘 알았어야지”와 같은 트윗을 날리며 그와 꿀단지를 우스갯소리로 삼았습니다. 도킨스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아래의 글을 가디언에 올렸습니다.
–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선한 의도를 믿지 않을까 –
나는 얼마전 한 은행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귀찮은 세부사항을 입력하고 어머니의 중간이름과 내가 처음 기른 애완동물의 이름도 마침 필요했습니다.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입력버튼을 누르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서버관리작업으로 인해 지금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습니다.”
나는 이 안내문이 내가 다른 내용들을 입력하기 전에 처음부터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필요한 작업을 마친 후,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를 변경하도록 건의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은행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절한 로봇이 친절한 안내원을 연결해주었습니다. 문제는, 내가 전화를 건 것은 다른 고객들을 위해서였지만, 그 안내원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대화는 이런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처드라고 불러도 될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침에 은행 거래내역이 필요해서 웹사이트에 접속했었습니다. 필요한 내용을 다 적고나니 그제서야 사용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더군요. 내가 제안하고 싶은것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리처드,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시나요?”
“음.. 이해를 못했군요. 나는 내가 필요한것은 해결했습니다. 나는 내가 아침에 겪은 불편을 다른 사람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걸 제안하는 겁니다.”
“리처드, 몇일날의 거래내역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세요. 당신께 보내드릴께요.”
“아뇨. 나는 내 거래내역을 이미 뽑았어요. 나는 나같은 상황에 처할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겁니다.”
그녀는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009년, 나는 프로스펙트 잡지의 “내가 만약 세상을 지배한다면”이라는 시리즈에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글을 비행중에 썼고, 그 때 막 히드로 공항의 보안검색대에서 일어난 불합리한 일을 본 참이었습니다. 젊은 새댁이 자신의 아기를 위한 연고를 압수당했던 것입니다.
“보안요원은 깍듯했지만 동시에 완고했습니다. 그녀는 연고를 한 술이라도 다른 통에 담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부탁이 어떤 원칙을 위배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요원은 자신의 상관을 불렀고, 깍듯하고 완고한 그의 상관 역시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한 화학자의 웹사이트에 올려진, 반입이 금지된 액체들을 폭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샴페인 냉각장치와 많은 양의 얼음, 수시간의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글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주 작은 양의 액체나 연고를 반입금지하는 것은 그저 “이봐, 우리는 이렇게 엄격하게 테러에 대처한다고”라는, 보여주기식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때도 나의 의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연고는 나의 것이 아니었고, 그녀가 겪은 사건은 우리 중 누구도 겪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주, 내가 트위터로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꿀단지는 내 것이었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나를 철없이 징징대는 아이로 몰아갔습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사건을 볼 때마다 이것이 빈라덴의 승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쌍둥이 빌딩의 참사는 슬픈 일이지만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겪는 피해 역시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두번째 피해의 원인에는 우리편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꿀단지는 나의 것이었고, 사람들은 내가 올린 트윗의 동기를 이기적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꿀이 없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나는 꿀따위는 상관없습니다. “다음 번에는 비행기반입규칙을 잘 읽으세요” 나는 규칙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없애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은행 안내원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좌절입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이기적인 이유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요?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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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아저씨가 왜 저런 글을? 전두환에게 당해보지 않아서인가...
1. 선한듯이 포장된 이용하기 위한 행동에 당해봐서
2. 개인의 의도를 일일이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작업은 너무 피곤해서
내용과 별도로 .. 번역문 쓰실 때 마음대로 줄바꿈 엔터 안 치는 건 기본 에티켓 아닐까요 ~ 편집진도 최종 발행 전에 이 정도는 검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수정하였습니다.
빈라덴의 동기는 파괴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