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강제수용소 생활까지 하다가 2009년 한국으로 건너온 탈북자 김광일씨는 한국이 “축복받은 사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김씨에게도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김씨 뿐 아니라 많은 탈북자들에게 가장 낯설고 어려운 점은 바로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입니다. 북한에서는 끼니 걱정만 하면 되니까 삶이 단순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고 말하는 탈북자들도 있죠.
한국에서 경쟁이 유달리 치열한 이유는 우선 나름 높은 판돈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재벌 대기업 정규 직원이 받는 대우와 소규모 하청 업체 직원이 받는 대우가 크게 다르니까요. 또 다른 이유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고, 거꾸로 실패는 오롯이 자신의 탓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신 성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게 거의 없는 북한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한국은 큰 성공을 이뤘지만, 그 성공은 넓게 퍼지지 못했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 서울에서 일하고 경쟁하며 살아가죠. 직업의 종류도 제한적입니다. 한국에서 직업의 종류는 일본의 3분의 2, 미국의 38% 수준입니다. 하나의 사다리에서 높이 오르지 못하면 다른 사다리를 탈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성공의 개념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하나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셈이죠. 모두가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행복한 소시민과 반문화적 혁명분자, 게으름뱅이, 중퇴자, 괴짜는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좁고 제한적인 성공의 개념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성공이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인재를 독식하고, 이로 인해 사회의 나머지 부분의 생산성이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노동시장도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로 양분되어 있어서, 부모들은 충분한 뒷받침을 해줄 수 있을 때까지 아이를 갖지도 않고,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습니다. 그래서 출산율은 낮아지고, 인구는 고령화되어 가죠.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이유는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도 얻기 위해서입니다. 탈북자들은 그러한 기회와 자유를 진정한 “삶의 질”이라 여긴 것이죠. 탈북자들이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인들도 진정한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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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너무 불쌍했어요. 전 세계가 놀랄 압축성장을 단기간에 이뤘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동정의 대상이 되네요. 초 경쟁은 불필요한 소모를 너무 많이 해요.
의견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국의 성장은 전례없는 기적이라는 점을 기저에 깔고, 나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조화롭게 그려낸 시리즈라고 생각됩니다.
균형적이 아닌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한 결과일까요?
요즘 사회를 보면 자본주의의 병폐를 다 지니고 있는듯 합니다
함께 행복한 사회는 요원한 것인지.....
치열한 경쟁은 한국사회의 다양성의 부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인의 역동성을 그나마 공정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쟁을 사갈시하는 좌파 정권 10년 동안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공채가 크게 줄어들고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연줄없는 사람들은 경쟁에 참가할 기회조차 잃어버렸지요. 요즘 들어 그나마 공채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이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경쟁은 "기회와 과정의 공정함과 평등함"에 방점을 둔 긍정적인 의미의 경쟁인 듯 하고, 기사가 지적하고 있는 한국의 경쟁은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한계와 부담에 초점을 둔, 부정적인 뉘앙스의 경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무슨 좌파정권이 있었다는 건가요.
일베 회원인 모양이네요. 좌파정권? ㅎㅎㅎ 좌파가 뭔지나 알고 하는 얘기인지? 하긴 미국의 공화당 지지하는 꼴통들은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을 빨갱이나 사회주의자, 좌파라고 플래카드 써붙이고 데모를 하기는 합디다.
대한민국은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는데 한국은 좌파 빨갱이 나라네요. ㅋㅋㅋㅋ
좋은 내용 고맙습니다. 이코노미스트 특집 기사 순차적으로 소개해주실 건가요? 내용이 너무 궁금합니다. 원문을 보려니 엄두가 나질 않고...
현재로서는 특집 기사 가운데 2편이 더 올라올 예정입니다. 더 추가될 수도 있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이렇게 좋은 기사 올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네이버에 올라오는 찌라시 신문들보다 몇백배 좋습니다...
1. 경쟁과 장시간 노동은 너무 힘든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한국의 발전 원동력이 되었다고 봅니다.
2. 또한 하나의 잣대로 사고가 고정되어 "나와 다름"이나 튀는 것을 용인못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현재 물질적 풍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정신적 세계의 쇠퇴를 가져오는 듯 합니다. 어쩌면 시청율을 의식한 매스컴의 자극적 편성이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고에서 온라인 게임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쌍시옷이 난무하는 언중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적사치나 현학적인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균형속에 의식이나 정신문화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이 인재를 독식하고, 이로 인해 사회의 나머지 부분의 생산성이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 전자,자동차 대기업의 약진은, 전국수석이 물리학과, 제어계측과 가던 시절의 우수 이공계 인력을 독식한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힘들거든요. 이런 말을 하면 소말리아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느냐고 극단적인 예가 반론으로 등장하곤 하죠. 그런데..........
저는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한 끼를 제대로 사먹을 수 있는지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인이 중국에서 받는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한국에 사는 한국인보다 더 제대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인들은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하나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죠.
우분투...내 친구가 슬픈데 어떻게 내가 행복할 수 있나요?
성공만큼 공공의 선이 목표가 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내가(기업,기득권) 행복하기 위해서 친구들(노동자,서민)이 희생해달라'는 꼴이지만...
네, 한국사회가 문제 많습니다. 고칠 것도 많죠. 그러나, 한국인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죠. Economist 도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길 바래요. 영국은 한국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걸로 압니다. 대처 수상취임이후 빈부격차 확대, 신자유주의 채택으로 인한 사회불안 가속, 외국인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인한 치안불안 확대 등등, 오죽했으면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전에 대처 전 영국수상의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을 하려다가 오히려 마녀 대처가 죽었다가 축배를 들자는 영국 축구팬이 너무 많아서 애도의 묵념을 포기 했을까요?
남의 눈의 티는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항상 똥뭍은 개가 겨 뭍은 개를 나무라죠. ^^;
이코노미스트는 지리적인 보도 범위가 넓은 편으로 오지랖이 넓은 매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라는 한 매체가 한국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지 "영국"을 대표해 "한국"을 비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간조선이나 한겨레21이 한국이라는 나라, 또는 한국정부, 한국국민을 대표하거나 대변하여 다른 나라를 "나무랄 수" 없는 것 처럼요. 이코노미스트가 영국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자국 문제이니 언제나 넓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 실리는 영국 관련 기사도 적절한 때에 종종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