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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의 산물”

-뉴욕타임즈에 실린 조셉 스티글리츠의 칼럼입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는 어떨까요? 국가 간의 경제적 차이는 좁혀지고 있을까요? 중진국이나 개도국 내의 소득 차이는? 세상은 보다 평등해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세계은행 소속의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의 최근 연구는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유럽과 북미에서 엄청난 부가 창출되기 시작한 이래,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국 내부의 빈부격차도 끔찍한 수준이었지만 국가 간 격차에 비할 바는 아니었죠. 그러나 1980년대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경제적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 차이는 산업혁명 이후 최초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에 힘입어 국가간 평균 소득 차이도 조금은 좁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전체를 놓고 볼 때 개개인 간에는 엄청난 빈부 격차가 존재합니다. 일부 국가들이 성장한다고 해도, 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뒤쳐지고 있는 겁니다. 밀라노빅의 연구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8년 사이, 전 세계 상위 1%의 소득은 60%나 증가했지만 하위 5%의 소득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인구의 8%가 소득의 50%를 집으로 가져갔고, 금융계와 재계의 최고 경영자들, 그리고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 생겨난 중산층을 중심으로 엄청난 소득 증가가 있었죠. 반면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일부, 구 동구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소득 증대에서 완전히 소외되었습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인 미국은 특히나 부와 소득의 불평등 부문에서 “나쁜 모범”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서구 전체의 문제입니다. 2011년 OECD의 연구에 따르면 70년대 후반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소득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어 왔고, 지난 10년 간은 평등주의 국가로 여겨지는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보편적인 것도,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기간 칠레, 멕시코, 그리스, 터키 등에서 소득 불평등이 크게 줄어든 데서 우리는 불평등이라는 것이 단순히 거시경제적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산물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죠. 불평등이 세계화, 노동과 자본,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기술의 발전에 따라오는 필연적인 부산물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서구에서도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미국은 끔찍한 거시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간 GDP가 4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 결과물은 최상층에게만 주로 돌아갔고, 중위 소득은 25년 간 제자리입니다. 평균 미국인 남성의 수입은 물가 인상률을 반영했을 때 45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졌고, 학사 학위가 없는 고졸자의 수입은 40년 전에 비해 40% 떨어졌습니다. 미국에서 약 30년 전부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낮아지고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기와 맞물립니다. 인프라와, 교육, 보건 제도, 사회 안전망에는 투자를 게을리한 것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죠. 이렇게 탄생한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과 민주주의를 갉아먹으며 다시 스스로를 강화시킵니다.

과도한 금융화와 부실한 기업 경영구조, 사회적 결속의 와해 역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파이를 크게 만들기보다는 시스템을 악용해 큰 조각을 먹을 방법을 연구하는 미국식 지대 추구 혁신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요.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기술로 엄청나게 성장한 애플 같은 기업도 이미 세금을 회피하는데 능숙한 모습입니다.

어린이들이 빈곤과 불평등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은 더욱 부끄러움을 안겨줍니다. 빈곤이 게으름과 잘못된 선택의 결과라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죠. 오늘 날 미국 어린이 4명 중 1명이 빈곤층에 속하고,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그 수치가 6명 중 1명 꼴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불가피한 현상이 아닙니다. 50년 전 학사학위 소지자가 10명 중 1명 꼴이었던 한국 같은 나라도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택”의 결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졸업률을 자랑하고 있듯이 말이죠.

저는 오늘날의 세계가 비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없는 나라와 있는 나라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는 나라는 공동의 번영(유일하게 지속가능한 번영의 형태라고 봅니다)을 누리게 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라에게는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부자들은 담장 공동체(gated community)에 갇힌 채, 빈곤층은 빈민가에서, 완전히 분리된 채 서로 교류 없이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런 선택을 한 국가들을 방문해보았는데요,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담의 어떤 편이든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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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ope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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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칼럼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짧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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