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에서 다윗은 일반적으로 약자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다윗에게는 분명한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민첩했으며, 상대에게 접근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팔매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다면 칼을 가진 상대를 총으로 제압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이유는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고 있던 주먹싸움이라는 싸움의 규칙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다윗과 골리앗”은 이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강해보인다고 해서 강한 것은 아니며, 약해보인다고 해서 약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약팀도 새로운 전략을 사용해 강팀을 이길 수 있습니다. 부유한 집의 아이들은 때로 남을 잘 배려하지 못하며, 학급의 인원이 더 작아진다고 해서 학생들의 성적이 반드시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래드웰은 한 형사반장이 추수감사절날 문제가정들에 칠면조를 선물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춘 사례를 설명합니다. 어떤 의사는 백혈병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위험할 수 있는 강한 약들을 섞었고, 결국 아이들을 살려냈습니다. 일반적인 국력의 기준인 경제력이나 군사적 우위가 약점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한 개인의 약점으로 간주되는 결손가정이나 난독증이 어떤 이에게는 성공의 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던 학생이 하버드에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친구들을 만난 후 성적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학생은 조금 낮은 수준의 대학에서 더 나은 결과를 냈을 수도 있을겁니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 뒤늦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뻔한 일이라 하더라도, 글래드웰의 빼어난 글솜씨는 마치 당신은 그가 말해주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아낼 수 없었을 것으로 여겨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글래드웰이 굳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모든 규칙에 반례가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누군가가 주위의 뜨거운 학문적 열기에 의해 더 고취될지 더 위축될지는 그의 성격과 여러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결손가정에서 자라나거나 난독증을 가지는 것은 명백하게 그 사람을 불리하게 만듭니다. 학급의 성적은 인원 수보다 교육의 내용, 방법, 그리고 동기부여 등에 의해 더욱 좌우됩니다.
자신만의 고집으로 아이들의 백혈병 치료법을 개발한 의사 에밀 프라이라이히의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듭니다. 프라이라이히가 그렇게 독성이 강한 항암제들을 섞었던 배경에 자신만의 의학적 근거가 있었을 지 모르지만 글래드웰은 그것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는 프라이라이히가 독선적인 치료를 고집했던 이유가 그의 가난하고 험난했던 어린시절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런 의학계에서의 고집은 결핵을 발견한 로버트 코흐가 끝까지 결핵균에서 추출한 투베르쿨린이 결핵을 치료할 것이라고 믿었던 오류에서 보듯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다윗의 이야기는 사실 독자를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다윗은 낮은 확률을 극복해낸 영웅이라기보다는 칼을 들고 덤비는 적들을 총으로 물리친 인디아나 존스에 가깝지 않을까요? 다윗의 행동은 반칙이었을까요, 또는 상식을 깨는 참신한 생각이었을까요? 아무리 글래드웰이 반례들을 찾아내어 보여주더라도 어쨌든 세상에는, 운동경기에서건, 사업이나 전쟁에서건 약한자의 꾀와 무관하게 강한 자가 승리하는 더 많은 예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력은 곧 우위와 승리를 안겨줍니다. 그렇다면 어떨 때 다윗이 승리하며 어떨 때 골리앗이 승리하게 될까요? 사실 누가 더 강자인지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불쌍한 골리앗은 근시로 고생하고 있었을 지 모릅니다.)
이런 의문들은 글래드웰이 흥미롭게 다루는 범죄학 이야기에 이르면 더 명백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한 일화에서 글래드웰은 왜 어떤 범죄예방책은 작동하고 어떤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지를 다룹니다. 그러나 그가 비록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방법이 그가 든 예와 함께 이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최근 행동경제학과 게임이론의 결과들은 어떤 형태로든 국가에 의한 처벌이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여기에 결코 간단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떤 연구들은 과도한 처벌은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다른 연구는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자신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범죄자를 처벌하기 원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처벌에 대한 반응은 문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곧, 처벌은 단순한 범죄에 대한 대응 이상의 효과를 가집니다.
더우기, 승리라는 개념도 그렇게 명확한 것이 아닙니다. 글래드웰은 약자, 억압받는 사람, 비주류들에게 동정을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성공에 대해 매우 편협한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헐리우드의 거물이 되었다든지, 투자은행의 대표가 된 것을 성공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곧 다윗이 골리앗이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 무엇에 행복해하고 어디에서 가치를 찾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점들이 글래드웰의 글 자체가 가진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글은 언제나 지적이고 감각적입니다. 문제는 그가 이것을 책으로 엮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책들은, 그의 수많은 아류들과 마찬가지로, ‘거창한 주장’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주장은 특정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주장이며, 왜 그런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가 예로 든 여러 이야기들은 “항상 당연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상식적인 결론 이상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글래드웰의 글쓰기 방식은 책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한 것일지 모릅니다. 그의 첫번째 책 “티핑 포인트”는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직감의 신뢰성을 말했던 다음 책 “블링크” 와 무엇이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했던 “아웃라이어”에는 더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분명치 않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책 역시, 남은 것은 글래드웰의 진정한 강점인, 뉴욕의 라떼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는 장문의 에세이 열 편입니다.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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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글래드웰의 현란한 글솜씨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홀리긴 하지만 글래드웰이 주장하는 지점이 항상 성립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는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동감합니다. 얼마전 조종석내 유교적 문화와 항공기 추락률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죠. 미처 몰랐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알려주는 것이 그의 강점이지만 그러기위해 드믄 사례를 비밀의 원칙인 것처럼 쓰게 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사회는 항상 그리 간단히 돌아가지 않죠. 변수가 너무 많은데, 그걸 한 두개로 줄여버리려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콤글래드웰의 변수 하나가 세상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변수 몇가지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세계적인 과학자들도 다 그런 정도의 수준 아닌가요?
말콤글래드웰은 암튼 이시대 최고의 이야기 꾼입니다. 이정도의 단점은 인간적이라 생각해도 무방한듯합니다.
흥미있게 본 책인데, 뭔가 뒷끝이 찜찜한 느낌이었는데..그점이 무엇인지 알겠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