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부분의 선거 자금을 지원하고 정당이 티비 광고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유권자층을 공략하는 마이크로타케팅이 불가능한 독일에서 의회 선거 전날의 풍경은 미국에 비해 무척 소박하고 규모가 작습니다. 독일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모든 정당이 90초짜리 광고 하나만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이 광고가 티비에 등장하는 횟수는 지난 의회 선거에서 얻은 의석 수에 비례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와 롬니 후보가 대부분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짜여진 티비 광고에만 각각 4억 달러 이상을 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큰 차이입니다. 미국에서는 당선 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캠페인을 해야 하지만 독일에서는 법정 캠페인 기간이 6주로 정해져 있습니다. 또 소규모 정당들이 좌편향과 우편향 유권자들을 흡수하고 예비경선 제도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정당의 후보자들이 예비경선과 실제 선거 사이에 입장을 바꾸는 일도 없습니다. 가장 큰 정당인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쓴 총 비용은 2천만~3천만 유로인데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미국의 경우 상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평균 천만 달러가 소요되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든 캠페인 비용만 7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이렇게 독일 선거에서는 캠페인 비용이 적게 들고 정부와 정당의 선거 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하다보니 후보자들이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한 행사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의원들이 하루에 4~5시간을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한 일에 쓰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실제로 이슈나 의회가 돌아가는 일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독일 선거나 아주 시시하거나 정당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민주당은 이번에 독일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5백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들이 문을 두드리는 유권자가 사민당의 지지자인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유권자인지, 아니면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마이크로타케팅을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캠페인이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 정보를 모으고 선택적으로 유권자를 방문한것과 달리 독일에서는 인터넷을 캠페인에 거의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구 동독의 비밀 경찰 제도였던 스타지(Stasi)에 대한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정보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며 따라서 어떤 정당이 마이크로타케팅을 캠페인에 활용한다면 큰 반감을 가질 것입니다. 또 독일 선거에서 미국과 같이 상대방 후보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담긴 광고는 보기 힘듭니다. 의원내각제의 특성상 다른 정당과 연정을 형성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몇 달 뒤에 함께 정부를 꾸릴 수도 있는 정당을 향해서 원색적 비난을 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가 네거티브 캠페인이 유권자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투표율을 낮춘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투표율이 미국보다 높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의 경우 이번 의회 선거에서 유권자의 71.5%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지난 미 대선의 57.5%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물론 독일의 선거가 미국과 달리 주말에 치뤄진다는 요인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최소화된 선거 캠페인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서 후보자간의 티비 토론은 2002년에야 도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각 선거마다 단 한 번의 토론이 있고 인터넷을 통한 캠페인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사람들이 후보자에 대해 정보를 얻는 경로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찍을 후보를 선거 몇일 전 까지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점점 증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층 유권자가 증가한 이유는 사민당과 기민당 두 정당간의 차이가 좁혀진 것에서 기인할 수도 있습니다.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는 라이벌인 사민당이 내세운 정책 중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고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따라서 두 정당간의 차이가 줄어들다보니 유권자들이 마음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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