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만 해도 주식회사 미국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세계 10개 대기업 중 고작 3개 기업(Exxon Mobil,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만이 미국 출신이었죠. 중국과 브라질의 공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미국판 자본주의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이머징 마켓의 국가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주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시가 총액 기준 전세계 10개 대기업 중 9개가 다시 미국의 차지로 돌아왔습니다.
대기업이 국가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물론 아닙니다. 독일이나 캐나다는 단단한 중소기업이 경제를 지탱합니다. 1987년 일본 은행들이 무너질 때는 전세계 10대 대기업 중 8개가 일본 기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기업이 번성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달러화 강세 외에도 미국 경제를 밝게 전망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에는 시련을 이겨낸 유서깊은 기업과 다이나믹하고 생기넘치는 기업이 공존합니다. 에너지 기업 Exxon과 유서깊은 대기업 GE, 헬스케어의 존슨앤 존슨 모두 10년 넘게 전세계 최고의 기업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한편 구글이나 애플처럼 테크업계의 강자로 새롭게 나타난 기업도 있지요.
둘째, 유럽 기업이 미국 기업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유럽의 대기업은 스위스와 영국 기업이 대부분이었는데 네슬레, 로쉐, HSBC, BP 모두가 순위권에서 사라졌습니다. 주식 발행을 꺼리는 문화적 영향도 있지만 유로 위기도 큰 몫을 했지요.
세번째,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공기업 몰락도 주목할 만 합니다.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1조 달러까지 평가 받던 것이 2330억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내 상위 10대 기업의 가치는 3.7조 달러에서 1조달러까지 줄었죠. 차이나모바일, 중국은행 (Bacnk of China), 러시아의 정유기업 크렘린(Kremlin), 브라질의 광산업체인 발레(Vale) 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와의 관계에 의지하는 이들 공기업이 지속가능한 모델인 지 모르겠다는 투자자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상위 10개 기업이 아니라 50개 기업까지 보면 11위에서 30위까지 미국 외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시가 총액이 아니라 매출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달라지는 것도 함정입니다. 매출로 보면 거대한 중국기업 차이나 모바일 등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죠.
오늘날 투자자들이 미국판 주식회사가 주주에게 이윤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리라 믿고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매출이 더 많은 중국 기업, 폭스바겐, 삼성 등은 기업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고 투자하기가 적합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시가 총액 기준 상위권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요. 그러나 중국 공기업도 점차 사기업의 운영방식을 도입하며 변화해가는 추세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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