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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급식? 공짜 점심은 없다

영국의 제 3당인 자유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당, 노동당과 비교해 스스로를 보다 성숙하고, 덜 기회주의적인 부류라고 자부합니다. 정부 살림에 있어서는 노동당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보수당보다는 사회적으로 의식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자민당 소속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내년 9월부터 초등학교 1,2,3학년 학생 전원에게 무상 점심 급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혜택을 받는 가정에서는 연간 75만원 이상의 돈을 아끼게 되니 아마도 인기있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든든한 점심을 먹으면 공부도 더 잘 할거라는 이야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 무상 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 찍히는 낙인도 없어질거라고 하고요. 

그러나 이 계획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기회 비용이 엄청납니다. 현재 영국 사회에는 돈 들어갈 곳이 많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보험과 연금이 위기에 처해 있고, 정부 부채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장률은 낮죠. 세금을 올리거나,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복지도 없애거나, 보편주의 자체를 부정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 앞에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에게까지 무료로 점심을 제공할 여유는 없습니다. 물론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무상 급식의 혜택을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은 좋은 정책일 수 있습니다. ‘공짜 점심 먹는 아이’라는 낙인이 문제라면 익명 지급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모두가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먹도록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상 급식 정책은 자유민주당이 스스로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것들의 결정체입니다. 재정적으로도 무책임하고, 복지가 가장 필요한 계층에 돌아갈 혜택을 깎아 먹으며, 무엇보다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인 것입니다. 연정을 이루고 있는 보수당과의 정치적 딜의 결과이기도 하죠, 바로 석 달 전 6월, ‘부자들을 위한 복지’를 비난했던 사람이 바로 클레그 부총리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Economist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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