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시된 대중교통 사용에 대한 설문에서 시관계자는 뜻밖의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단순하고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매우 복잡하고 개인에 따라 다른 이용 행태를 보였던 것입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더 많은 대중 교통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도보이동의 횟수도 많았고, 일과 가사 사이에 육아나 부모 봉양의 문제로 잠깐 씩 이동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빈의 도시계획가들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여성들의 보행활동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위한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야간의 보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리에는 더 많은 조명이 설치되었고, 보도의 폭은 확장되었으며, 높은 계단대신 완만한 경사길이 설치되었습니다. 공공정책의 수립에 ‘성(gender)’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었죠.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라고 불리는 이러한 움직임은 1991년 빈에서 열렸던 한 전시회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여성들의 일상을 자세히 묘사했던 이 전시회는 많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이런 ‘도시 속 여성들의 일상’에 대해 고조된 관심은 성주류화에 대한 도시 정책적 실험들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이 정책적 실험들 중의 하나는 여성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주거단지를 계획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계획에서는, 통계적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들의 행동패턴과 여성이 빈번히 사용되는 편의시설등을 밝혀내고, 이것을 공간의 배열과 편의시설 확충에 적극 반영토록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중정이 아파트 건물 사이사이마다 배치가 되었고, 이용빈도가 높은 유치원과 약국, 의원 등의 편의시설들이 주거단지 내부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주류화 실험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빈의 도시계획 전략은 2008년 유엔에서 선정하는 ‘주민의 생활환경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실무’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성주류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시 공간은 여성들만이 아닌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기에 여성의 관점만을 관심으로 두어서는 안되며, 공간 사용 패턴에서 드러나는 남녀간의 차이를 너무 도식적으로 인식해서도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성주류화 움직임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도시의 구조와 조직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the Atlantic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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