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오늘(9일) 치러지는 노르웨이 총선에서 제 1야당인 보수당이 승리해 우파 연정을 꾸릴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지난 8년간 집권해 온 노동당의 패배, 정권교체보다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정당은 연립정부의 일원으로 집권하게 될 극우정당 진보당(Progress Party)입니다. 노동당과 보수당이 30%에 조금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14% 정도의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진보당은 우파 연정 내에서 보수당 다음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년 전 위토야(Utoya) 섬에서 6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끔찍한 살인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꼬리표가 아직도 진보당을 따라다니고 있지만, 진보당은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지율을 회복했습니다. 위토야 사건의 범인 브레이빅은 젊은 시절 진보당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민주주의 가치에 회의를 느끼고 보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로 무장한 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위토야 섬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 가운데 일부는 과격한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가 화를 불렀다는 판단을 내리고 노동당 후보로 총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29살 베네슬란트(Vegard Grøslie Wennesland) 후보는 그렇게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진보당에는 아직도 아무렇지 않게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식의 의견은 노르웨이 사회를 더욱 폭력적이고 적대적으로 만들 뿐입니다.”
노르웨이 최연소 국회의원이 될 것이 유력한 노동당의 23살 요르달(Fredric Holen Bjørdal) 후보도 사건 당시 위토야 섬에서 겁에 질린 고등학생들을 이끌고 브레이빅의 눈을 피해 섬 구석으로 도망치던 급박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겪고 나서 정치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등을 돌려버린 친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정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젊은 후보들의 경험은 인상적이지만 노동당은 유권자들에게 반이민 정서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총리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내 집권 노동당이 경찰 병력을 재빨리 이동시킬 헬리콥터도 제대로 배치시켜놓지 못할 만큼 예산 집행을 엉터리로 했다는 부정적인 꼬리표로 바뀌었습니다. 선거의 의제를 선점하기는커녕 약점을 방어하지도 못한 노동당은 결국 정권을 내어주게 됐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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