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유럽 축구리그 대부분이 새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축구는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한 EPL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TV 중계권의 가격이 말그대로 폭등하면서 EPL은 올해만 31억 파운드(5조 4천억 원)를 벌어들일 전망입니다. 리그와 구단의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각 구단들은 비교적 싼 값에 훌륭한 재능을 갖춘 어린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는 유럽 구단들이 파견해 놓은 스카우터 수백, 수천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축구 스카우터 하면 어떤 모습을 떠올리십니까? 아프리카의 한 마을 운동장이나 브라질의 빈민촌, 또는 해변가에서 재능을 발굴하려 비바람과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어린이들의 특징을 수첩에 기록하는 모습을 그리고 계신다면, 요즘 트렌드에 뒤쳐지신 겁니다. 선수 평가와 유망주의 옥석 가리기는 이미 컴퓨터를 이용한 통계와 데이터가 해내고 있습니다. 옵타(Opta)나 프로존(Prozone) 같은 회사들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태클과, 패스, 슛, 동선 등을 데이터로 모아 구단이나 언론사에 이용료를 받고 팔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인 토트넘 핫스퍼의 가레스 베일(Gareth Bale) 선수를 예로 들어보죠. 축구를 조금이라도 본 팬들이라면 베일의 폭발적인 드리블과 위치를 가리지 않는 통쾌한 중거리슛 등 그가 이미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선수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베일의 몸값은 8,500만 파운드(1,500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베일의 플레이를 조금 더 들여다 보면 그가 상대편 진영에서 압박을 통해 패스를 상당히 많이 가로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플레이는 당연히 통쾌한 중거리슛 만큼이나 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EPL의 강호 첼시는 이미 전 세계 15개 나라 리그 선수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주 펼쳐지는 순위경쟁 만큼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선수를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아직 컴퓨터가 수량화한 플레이의 맥락까지 풀어내지는 못합니다. 구단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땀흘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본 스카우터의 직관을 선수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에는 데이터나 통계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던 오랜 믿음은 이제 버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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