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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는 브라질 야당

브라질 대선을 두 달여 남겨놓고 야당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대규모 시위로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의 인기가 그야말로 뚝 떨어졌지만, 야당 후보들의 인기가 사실상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세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해 63%에서 이달 42%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던 시위대의 요구가 굉장히 다양했고, 이들이 비난했던 대상이 반드시 집권여당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불평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 전체였기 때문에 야당 후보의 낮은 지지율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제1 야당인 브라질 사회당(PSDB, Partido da Social Democracia Brasileira)은 후보로 네베스(Aécio Neves) 상원의원을 지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베스는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주인 미나스헤라이스 주지사 시절 정치권의 스타로 부상했지만, 2년 전 상원의원에 당선돼 전국구 무대로 뛰어든 뒤 생각 만큼 인지도를 쌓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2002년과 2010년 사회당 후보였던 세라(José Serra)가 탈당 카드를 들이밀며 경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줄곧 지켜온 상파울로(São Paulo) 주정부의 비리 관련 수사 결과도 사회당의 골칫거리입니다. 당국은 도시철도, 지하철을 건설, 운영한 업체들의 담합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데, 주정부 관계자들이 담합 사실을 알고도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당은 대선에 온 힘을 다하기 어려울 만큼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의 가장 큰 수혜자는 기존 정치권과 선을 그은 환경운동가 실바(Marina Silva)일 겁니다. 룰라 대통령 시절 환경부 장관 출신의 환경운동가이자 새로운 정당 “지속가능 연대(Rede Sustentabilidade)”를 세운 실바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호세프 대통령의 결선투표 상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생 정당의 후보가 되면 TV토론이나 라디오 연설 횟수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대규모 시위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분명 호세프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재임 중인 호세프 대통령에겐 현재 17개 정당의 연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습니다. 야당 후보들이 이런저런 난관에 허덕이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호세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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