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동차나 철강회사들로 거의 예외없이 강력한 노조가 존재했습니다.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미국 전체 노동자들의 중간값(median)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맥도날드와 같은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들로 이런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노조는 없고, 노조를 결성하려면 지난해 월마트 사례에서 보았듯이 사측의 끊임없는 방해공작을 견뎌내야 합니다. 이들은 미국의 임금노동자들 가운데 가장 임금이 적고(marginalized), 노조가 없어 단체행동에 취약하며(vulnerable),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착취(exploited)당하는 계급입니다. 그래서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 수천 명이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벌인 시위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회복하며 주식시장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 16만 2천 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저임금 일자리입니다. 점점 양산되는 파트타임 계약직은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혜택을 줄여 고용의 질을 점점 낮추고 있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중산층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와 월마트를 포함, 현재 일자리 수로 따져봤을 때 미국 5대 기업들은 전부 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정부가 발행하는 저소득층 식료품 쿠폰(food stamp)이나 메디케어 보조금 덕에 이윤을 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아르바이트는 주로 학생들의 용돈벌이용 일자리였다면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가르쳐야 하는 엄마 아빠들이 많습니다. 현재 최저임금의 두 배에 가까운 시간당 15달러를 받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사정을 들여다보면 터무니없지 않은 이유입니다. 용돈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주지 않는 일자리를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은 노조 없이도 단체 행동에 나선 겁니다.
패스트푸드나 대형 마트 등 소매업종, 슈퍼마켓들은 제조업에 비해 마진이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포춘 500 지수에 포함된 소매업 회사들의 이윤을 다 합해 봐야 애플이 내는 이윤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수지를 맞추지 못해 아예 기업이 문을 닫게 되거나 더 많은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임금인상 요구를 다 들어줘도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물건값 인상은 개당 20센트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월급은 형편 없는 수준에서 그대로인데, 경기가 회복됐다는 이유로 생활 물가는 자꾸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연쇄 파업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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