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맨이라 하면 회색 양복을 빼입고 도심으로 출근하는 샐러리맨이 떠오르나요? 이제 금융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재기발랄한 오피스에서 일하는 스타트업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금융-테크회사(fin-tech: financial-technohy)은 사람들이 돈을 빌리고 저축하고 지불하고 보내는 모든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줌(Xoom)은 이제 온라인상으로 돈을 보내되 금융사기를 최소화하여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 보다 훨씬 낮은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상장한 이 회사는 1년만에 가치가 두배이상 성장하여 10억 달러에 달합니다. 2012년 매출 8000만 달러, 순손실 500만 달러 기록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평가죠. 매출이나 손익이 아니라 성장률을 고려한 밸루에이션은 2001년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금리 소액 단기 대출 페이데이론(Payday Loan)을 제공하는 영국의 웡가(Wonga)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횡포를 막겠다는 성공회 대주교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정교한 데이터분석으로 몇분만에 대출해주는 웡가의 성장을 막기는 무리입니다. 웡가는 2011년 매출 1억 8500만 파운드(3200억원), 세전이익 6200만 파운드 (1천억원) 수준의 굉장히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회사가치를 10억 파운드(1조 7천억원)까지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벤쳐캐피탈 회사들은 다음 웡가나 줌을 찾아 시장에 있는 금융-테크회사들을 확인하기 바쁩니다.
금융-테크 회사들이 떠오른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몇년간의 저금리는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P2P 대출을 제공하는 미국 회사 Lending Club은 최근 20억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데이터 전산화를 부추겼고,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전세계 펀딩을 가능하게 했으며, 스마트폰은 스퀘어(Square)처럼 손안의 컴퓨터를 활용하여 비용을 낮추었습니다. 빅데이터로 소비자 금융 패턴분석이 빠르고 정확해진 것도 변화를 이끄는데 한 몫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테크회사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한다는 근본적인 장벽을 뛰어넘는게 큰 숙제입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컴퓨터 스크린, 스마트폰 상에만 존재하는 서비스에 믿고 돈을 맡길까요? 은행지점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훌륭한 마케팅 창구가 됩니다. 정부의 규제 보호를 받기 힘든 서비스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금융-테크 서비스들은 은행의 많은 업무를 가져올테지만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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