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Race)과 관련된 정치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인으로서의 삶에 혜택을 주기도 했고 어려운 과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그의 베스트셀러 책과 하버드 로스쿨의 Harvard Law Review의 첫 번째 흑인 편집장으로 선출된 것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흑인이라는 정체성은 2008년 선거에서 노련한 힐러리 클린턴과 자신을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그의 인종적 정체성은 자산만큼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짐머만(Zimmerman)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흑인 청소년을 총으로 쏴서 죽인 사건에서 정당 방위가 인정되면서 무죄로 풀려나자 흑인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있은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TV 연설이 아닌 짧은 성명서를 통해 살해 된 소년인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의 부모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도 미국은 법치주의 국가이고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성명서에서 인종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인종 관련 이슈에 직접적으로 발언했던 것이 부정적인 파장을 가져온 것과 연관이 있어보입니다.
집권한지 얼마 되지 않아 흑인 하버드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Henry Louis Gates)가 자신의 집 앞에서 백인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경찰관이 “멍청하게 행동했다(acted stupidly)”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백인 유권자들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바로 하락했고 그 뒤 잘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 인종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흑인 유권자들의 기대치는 다릅니다.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인만큼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인보다 훨씬 높은 흑인 실업률이나 흑인 관련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합니다. 2012년 짐머만-트레이본 마틴 사건이 있은 직후 기자들이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나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트레이본처럼 생겼을거에요”라고 말하며 흑인 아버지로서의 연민을 표했습니다. 짐머만-마틴 사건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서를 통한 입장 발표에 몇 몇 흑인 유권자들은 만족감을 표했지만 대부분은 더 강력하고 확실한 메세지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인 제이 카니(Jay Carney)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을 “한 가족과 공동체가 젊은이의 죽음으로 겪고 있는 비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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