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사회학과 박사과정생 디바 페이저(Devah Pager)는 23세 남자 대학생들에게 온라인과 신문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구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참여자 일부에게는 가짜 범죄기록을 부여한 상태의 실험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크게 두 가지의 가설이 확인되었습니다. 첫째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용주들은 범죄 기록이 있는 구직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로 흑인 구직자들의 경우 범죄 기록의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범죄 기록이 없는 백인과 전과가 있는 백인의 경우 고용주의 연락을 다시 받은 비율이 각각 34%와 17%였지만, 흑인의 경우 전과가 없으면 14%, 있으면 5%만이 고용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뉴욕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더니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고용기회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는 최근 자동차 제조 업체 BMW와 할인 체인점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을 제소했습니다. 위원회는 두 기업이 구직자들의 전과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흑인 지원자들에게 더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합니다. 2004~2007년 달러제너럴이 범죄 기록을 조회했던 지원자들 중 흑인이 25%였는데, 범죄 기록을 조회한 뒤 탈락한 사람 가운데 흑인 비율은 34%로 높아졌습니다. 2008년 BMW의 직원 선발과정에도 비슷한 기록이 나타납니다. 기업들의 딜레마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중 전과자의 비율은 아시아계나 백인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전과자를 걸러내다 보면 인종별로 차별을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고용기회평등위원회는 전과 기록을 채용 과정에 반영하더라도 범죄의 성격과 범죄 이후 경과한 시간,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해 개별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며, 두 기업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전과 기록을 활용한 방식이 업무의 내용이나 사업적인 필요와 관계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두 기업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지원자들의 전과 기록을 확인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고용주가 전과자 채용을 꺼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직업이 없는 전과자에게 사회는 더욱 가혹합니다. 직업이 없는 전과자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할 수도 없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진국 가운데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전과자의 교화 문제는 큰 사회적 화두입니다. 현재 미국 내 50개 도시와 몇몇 주에서는 구직 지원서에 전과 기록 표시란을 없애고 채용과정 후반에 가서야 범죄 기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과자들에게 보다 공정하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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