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뒤늦게 터져나온 런던올림픽 성화대 디자인 표절 논란

금속으로 된 수많은 대가 모여 한 송이 커다란 민들레를 형상화하고 꽃잎 부분에 전 세계를 돌아온 성화가 점화되던 순간, 지난 7월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에이토피아(Atopia)의 디자이너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성화대의 모습이 앞서 2007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제안했던 자신들의 도안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이는 외형은 물론 대회가 끝난 뒤 각 줄기를 참가국 곳곳에 나누어준다는 아이디어도 에이토피아의 제안을 꼭 빼닮았습니다. 에이토피아 측은 도안을 제출한 뒤 조직위원회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회신이나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 런던올림픽과 관련된 상품이나 디자인을 이용한 영리행위를 일절 금지한다는 계약사항 때문에 지금껏 말을 아껴온 에이토피아 측은 지난 1월 정부가 영국 올림픽위원회에 2백만 파운드를 내고 관련 조항을 해제하자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왼쪽) 런던올림픽 성화대 / (오른쪽) Atopia가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제출했던 도안. 사진 @Getty Images/Atopia

성화대를 디자인한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수많은 디자인상을 휩쓴 건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 때 특별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헤더윅 스튜디오 측은 “(표절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에이토피아의 도안은) 처음 보는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가 끝난 뒤 공식적으로 해산됐습니다. 당시 디자인 영역을 총괄한 오웬스(Kevin Owens)는 “에이토피아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는 우연히 다른 디자이너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이토피아의 공동대표 해리슨(Jane Harrison)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아이디어가 온전히 도용된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규모가 크지 않아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소송으로 끌고 갈 수도 없어요.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입니다.” (Guardian)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중국과 미국이 기술 협력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

중국은 최근 환경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루며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의…

10 시간 ago

[뉴페@스프] 곧 닥칠 ‘고령 사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3 일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6 일 ago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