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이 재정위기를 겪어온 지난 5년 동안 메르켈 총리와 독일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남유럽 국가들의 긴축정책을 진두지휘하고 EU의 정책 전반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건 그만한 경제력과 정치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여전히 EU 회원국 지위 여부를 놓고도 국민적 합의를 못 이룬 상태이고 프랑스의 경제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독일은 명실상부한 리더 자격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9월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치권은 여전히 유럽의 리더로 나서는 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유로존의 GDP가 정체되고, 실업률은 여전히 12%로 높은데도 독일이 적극적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나서지 못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두 차례나 전쟁을 일으켰던 전력 탓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는 번창하되 정치적으로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큰 스위스’ 버전의 국가를 이상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로존에서 가장 큰 채권국인 독일은 유로존이 무너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만큼 이미 독일은 유로존과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유럽연합의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독일이 적극적인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둘째는 유로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남유럽 국민들의 게으름이었다는 독일인들의 뿌리깊은 편견입니다. 이는 남유럽 국가들의 생산성이 독일만큼 높고, 재무구조가 독일처럼 건전했다면 위기가 오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기도 한데, 지난 10년간 이탈리아의 임금이 21% 오르는 사이 독일의 임금은 5%밖에 오르지 않은 사실 등을 감안하면 아주 잘못된 생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10년 전 독일이 EU의 재정기준을 어겨가면서까지 구조조정을 할 때는 값싼 유로화 덕분에 수출을 확대하는 게 쉬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남유럽 국가들이 여유롭게 돈을 쓸 수 있던 것도 독일 은행들이 계속해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독일 경제는 분명 튼튼하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늙은 나라 중 하나인 독일의 노동인구는 10년안에 650만 명 줄어들 전망입니다. 유럽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독일도 그 안에서 번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무대 뒤에서 치밀하게 유럽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전략적 판단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전면에 나서면 남유럽 국가들의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유로화 자체의 생사가 달린 상황인 만큼 가장 중요한 나라가 전면에 나서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입니다.
유로존의 가장 큰 채권국으로서 독일은 각 나라에 무리한 긴축정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경제를 다시 살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단일 통화 유로화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유럽의 금융당국을 세우는 일도 독일이 앞장서서 해야 하는 우선과제 중 하나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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