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T경영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활용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00년, 카네기멜론의 박사과정에 갓 입학한 22살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끙끙대던 문제를 푸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웹메일 서비스에 자동으로 가입해 스팸 메일를 뿌려댔고, 해당 계정을 차단하면 바로 다른 계정을 만들어 이를 계속했습니다. 인터넷 티켓팅에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이 좋은 좌석을 자동으로 선취하여 암표로 훨씬 비싸게 재판매했고, 기계적 명령과 인간의 행동을 구분하는 게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폰 안은 처음에는 인간만이 풀 수 있는 문제, 이를테면 고양이의 그림을 보고 ‘고양이’라고 맞추는 간단한 퀴즈를 고안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대답은 생각보다 들쑥날쑥하여 쉽게 답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에 생각한 방안이 글자를 찌그려놓아 인간이 맞추게 하는 CAPTCHA(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 였습니다. 이는 큰 호응을 얻어 당시 최고의 웹메일 서비스이던 야후에 도입되었고, 폰 안은 빌 게이츠의 러브콜도 거절하고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속해나갔습니다. 그는 그의 접근을 인간 계산(human computation)이라 불렀는데 이는 현대의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과 게임화 전략(Gamification)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가 고안한 게임 중 하나인 ESP Game은 두 게임 유저가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묘사하는 단어를 적어 가능한 빨리 같은 단어에 도달하면 성공하는 게임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에 태그를 다는데 활용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2005년 이미지 검색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던 구글에 매각 되었습니다.

과테말라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20등을 할정도로 수재였던 루이스 폰 안은 학부 수학 전공에 이어 컴퓨터 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6년에는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CAPTCHA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매일 2억 번 사용되고, 한 번에 10초가 걸린다는 가정 아래 인류가 하루 50만 시간을 보내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폰 안은 불현듯 버려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모아 유용한 산출물을 만들자, 그렇게 reCAPTCHA가 탄생했습니다. reCAPTCHA는 CAPTCHA와 달리 두 단어를 보여줍니다. 이미 컴퓨터가 정답을 알고 있는 단어(Control word) 하나와 모르는 단어를 하나 보여주고, 모르는 단어를 다른 유져가 몇 번씩 같은 단어로 입력하면 정보를 “배워” 디지털로 저장합니다. 이 기술은 뉴욕타임즈의 오래된 신문 내용을 디지털화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2009년, 구글이 reCAPTCHA를 인수해 전세계 책을 디지털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폰안은 구글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첫 프로젝트는 2005년 그가 매각한 ESP Game 서비스를 접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많이 ‘배운’ 컴퓨터는 이미지에 대해 충분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이미지 태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reCAPTCHA 서비스

폰 안은 많은 상을 받고, 인간의 지능을 활용하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억만장자가 된 그는 작년 듀오링고(Duolingo)라 불리는 번역 서비스를 창업했습니다. 유저는 게임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고, (게임) 자료가 축적되면 번역자료로 활용됩니다.(유용성) 어떤 유저는 보이는 단어나 문장을 번역하고, 다른 사람들(Crowd)은 제일 자연스러운 번역에 추천을 누릅니다. 이미 3백만 명 이상의 유저가 하루 30분 이상 듀오링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듀오링고는 이제 빅데이터도 활용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부사부터 배우는 게 효과적일까요, 형용사부터 배우는 게 효과적일까요? 아무도 모르는 정답을, 듀오링고는 압니다. 현재까지 듀오링고 자료에 따르면, 모국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달라집니다. 스페인어권 학생의 경우, “그(him)” “그녀(her)” 는 쉽게 이해하나 “그것(it)”에는 상응하는 단어가 없어 얼른 개념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듀오링고 유져 학습 패턴을 보면 “그것(it)”을 나중에 배울 경우 훨씬 쉽게 진도를 쫓아옵니다. “교육이 평등을 구현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사는 서비스가 되고 있어요.” 루이스 폰 안은 스팸을 막고 책을 스캔하는 것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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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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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가끔씩 듀오링고에서 독일어 공부를 합니다.^^ 저는 저를 듀오링고의 ‘유저’라고 생각하는데, 듀오링고에서는 저를 고객이라고 여길까요? ‘충성고객’은 상업 용어라서(원문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요.-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접속이 안 됩니다.) 제가 듀오링고의 ‘고객’일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듀오링고에서는 돈으로 교육 서비스를 사는 것에 반대하는 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듀오링고의 유저가 되면Luis von Ahn에게 음으로나마 이익을 주게 되긴 하겠죠?

    • 윽. 좋은 지적이십니다. 원문에도 충성 고객이라는 용어는 없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활동이 활발한 유져'의 개념을 쉽게 얘기할까 고민하다 제가 막판에 고쳤는데 상업적인 의미가 느껴질 수 있겠네요. 수정하겠습니다 지적감사드려요.

      • ‘충성’스럽지 못한 유저라서 찔리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듀오링고를 방문해서 공부를 이어가는 게 어떠냐는 메일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릅니다.^^

  • 올해 월드와이드웹 컨퍼런스에서 이 루이스 폰 안이 키노트를 했는데, 마지막에 자기의 꿈은 전세계의 모든 (외국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이 자기를 위해 무료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농담을 해서 폭소를 자아냈었어요 ^^
    올려주시는 좋은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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