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中, 강력한 온라인 검열 속에 지나간 톈안먼 민주화운동 24주기

표현의 자유와 개방성은 인터넷의 본질적인 속성에 가깝습니다. 이를 통제하고 검열하려는 시도는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온라인 상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해 왔습니다. 어제는 그런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길 만한 날이었습니다. 24년 전 6월 4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중국 인민해방군은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탱크는 시위대를 짓밟았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톈안먼 민주화운동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사회를 전복하려던 반동세력들의 봉기를 신속히 진압한 것”일 뿐입니다. 계엄령과 강경진압의 전모를 공개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는 “내정 간섭하지 말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어 받아쳤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 각각의 시점에 따라 6월 4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관련 검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인터넷 상에서 검색이 일시적으로 금지된 단어들입니다. 중국 정부는 6월 4일, 6/4, 6-4, 톈안먼, 탱크 등은 물론이고 65-1, 63+1 등 64로 이르는 모든 길목을 모조리 차단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35도 검색이 안 됩니다. 어떡하면 35가 6월 4일로 해석될 수 있을까요? 5월의 35번째 날이 6월 4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톈안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진, 이미지들도 검열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AP통신의 보도로 유명해진 넉 대의 탱크를 가로막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은 물론이고, 이를 레고로 재현한 작품사진, 탱크를 홍콩 앞바다에 떠 있는 조형작품인 대형 오리장난감 네 개로 바꿔놓은 풍자사진도 검색되지 않도록 막았습니다. 아예 “노란색 대형 오리(big yellow ducks)”도 검색이 안 됩니다.

톈안먼 광장의 검문검색은 부쩍 강화됐고, 별다른 소요 없이 24주기 당일은 지나갔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숨 돌렸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영화 ‘스틸 라이프’를 연출했던 젊은 감독 지아장커(贾樟柯)는 정부의 헛된 노력을 다음과 같이 비꼬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러다 우리가) 톈안먼에서 일어났던 역사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맙시다. 적어도 중국의 인터넷 감시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똑똑히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 포스트는 하루만에 삭제됐습니다. (Guardian)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View Comments

  • “Don’t worry about forgetfulness — at least the Sina censors remember,”
    'Sina'는 감독이 이 글을 올린 유사 트윗 프로그램 '新浪微博'의 모기업인 '新浪'의 영문 이름입니다.
    따라서 censor는 官이 아니죠.
    '검열원' '감시원' '검열 담당자들'...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네요.

  • ‘新浪微博’가 기사에 'Sina Weibo'로 나오고 있습니다. ‘新浪'은 중국에서 대규모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이 웨이보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그 웨이보가 맞나요? 중국 관련된 글을 읽을 때마다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해 애를 먹습니다. shingrr님의 지적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곧 닥칠 ‘고령 사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7 시간 ago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2 일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5 일 ago

[뉴페@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 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데이트 상대로 ‘심리 상담’ 받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운동만 자기 관리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녀의 정신 건강에 과몰입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