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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서 듣는 북한 이야기

개성공단에서 공장 관리를 맡았던 곽모 씨는 철수 조치가 내려진 지난 주말, 자신의 차에 생산된 부품을 실을 수 있는 만큼 싣고 마치 피난민처럼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합작품으로 9년 전에 세워진 개성공단에서 남쪽 인력이 전원 철수되고 가동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단에서 오랫 동안 일한 이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합니다. 개성공단은 분단된 남북이 언젠가는 통합에 필요한 접점을 찾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준 공간이었다는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물론 한국의 관리자들과 북한 직원들 사이에는 큰 장벽이 있었습니다. 관리자들은 매일 아침 공단으로 출근할 때마다 소지품을 꼼꼼하게 검사받았습니다. 신문도 정치적인 문서로 간주되어 반입할 수 없었습니다. 직원들 중에 감시자가 있는지, 한국 관리자들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사람은 다른 직장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통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한 공장 관리인은 북한 직원에게 살이 빠졌다고 ‘덕담’을 했다가 불쾌하다는 반응이 돌아와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치 문제를 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세관 직원이나 관리들과는 오히려 대통령 선거나 언론과 같이 보다 다양한 주제로 조금 더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개성공단으로 출근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점심으로 옥수수밥을 싸오던 사람들이 흰 쌀밥과 생선 반찬을 먹게 되었고, 직원들의 복장도 좀 더 화려해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직원들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예닐곱 명의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모두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어 개성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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