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제 1의 본성이란 유전자를, 제 2의 본성이란 습관을 말합니다.
우리가 가진 제 1의 본성은 제 2의 본성을 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우리는 새로운 습관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 능력은 유전자 수준에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이미 강력한 제 2의 본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 특히 말은 우리의 본성에 준비되어 있는 특수한 능력이며 어린 나이에 접할 경우 어려움 없이 익히게 됩니다. 그에 비해 글자를 읽는 능력은 저절로 익혀지지 않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아이들이 문자를 익히는 과정을 “말과 글자를 고통스럽게 끼워 맞추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사실 문자가 대중화된 것은 인간의 역사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이며 우리 조상들은 대부분은 문자를 알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일단 얻게 되면, 그 때부터는 글을 읽는 데 거의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 2의 본성의 놀라운 점입니다.
다윈 역시 제2의 본성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거의 아무런 수고 없이 행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본능적으로 하는 것과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습관의 힘이 유전을 통해 축적됨으로써 푸에지안(Fuegian)들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다윈이 말한, 습관이 유전된다는 주장은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했던 라마르크와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라마르크의 주장은 비록 제 1의 본성인 유전자 수준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우리가 가진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습관은 축적되고 향상되기 때문에 제2의 본성에서는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생시의 인간은 매우 미숙한 상태이고, 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능한한 많은 문화 속 제 2의 본성들을 습득하고 빨아들입니다. 이는 우리를 수 백 세대가 걸릴 지 모르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적응보다 훨씬 빠르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 댓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습관들을 생기게 만듭니다. 이런 습관들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서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즉, 습관의 힘은 너무나 강하고, 따라서 이 제2의 본능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성을 가진 우리 인간의 의무일 것입니다.
습관의 노예가 되느냐, 습관의 주인이 되느냐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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