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과학계에는 마크 주커버그를 포함한 실리콘 밸리 거부들이 만든 “생명과학 혁신상(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인당 300만$(약 33억 원)의 상금을 주는 이 상은 “혁신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직업으로서의 과학자를 택할 수 있도록”이라는 두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의 중요성을 대중적으로 알렸다는 의미에서 이 상의 제정은 충분히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결코 이들이 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상은 과학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과학에서의 혁신은 결코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혁신은 수많은 개인들의 전문성과 열정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특히 이 상이 주어지는 생명과학분야에서는 다수의 협업이야말로 표준적인 방법으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또 이들은 상의 이름을 생명과학(Life Science)이라고 붙였지만, 모든 상은 생의학 연구분야(biomedical research)에 돌아갔습니다. 생명과학의 다른 분야들 곧, 생물학, 기후과학, 생태학, 행동생물학, 미생물학, 해양생물학, 동물학, 식물학, 분류학 등이야말로 진정 지원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지난해, 의학연구를 지원하는 미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은 34조 원에 달한 반면, 물리학, 화학과 함께 나머지 과학분야를 지원하는 미국립과학재단(NSF)의 예산은 8조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상자의 세부분야 역시 편중되어 있습니다. 올해의 상은 대부분 암, 당뇨, 치매와 같은 연구분야에 수여되었습니다. 이 병들은 선진국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질병들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은 말라리아, 결핵, 홍역, 호흡기 질환 및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에이즈를 제외한 다른 질병들의 연구자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 상의 또 다른 문제는, 매우 큰 금액을 소수에게 수여하는 방식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젊은 두뇌들이 과학을 택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매년 수천 명의 젊은 박사학위자들이 이 분야로 쏟아져 나오지만 안정적인 직업의 수는 극히 부족합니다. 그들이 직장을 잡기 위해서는 5~6년 이상을 박봉과 함께 불안정한 박사후과정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생명과학 분야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 중에는 평생을 임시직으로, 또는 실업상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사후과정은 그들이 가정을 꾸려야 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으며, 그들의 부모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와도 겹쳐 있습니다. 낮은 봉급과 자주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부담 역시 과학계에 남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보장된 자리와 함께 넘치는 연구비를 받고 있는 수상자의 파티에 초대되어 몇 잔의 와인을 얻어 마실 수 있을 뿐입니다. (Scil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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