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백악관 홈페이지 방문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단촐하게 시작한 온라인 청원 게시판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 날로 존재감을 더 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럽고 극단적인 내용의 청원이 많아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고 청원 게시판을 없애자는 청원까지 올라왔지만, 달라진 시대상에 어울리는 소통 창구라는 의견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해 TV 저녁 뉴스의 시청률이 절반으로 줄어든 현실은 곧 대통령이 스스로 벽을 쌓은 대중에게 직접 다가갈 길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 12월 23일,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안에 반대하는 인기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가 청취자들에게 총기 규제 찬성 언론인인 피어스 모건을 국외로 추방하라는 청원을 백악관 게시판에 올리라고 독려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곧 10만 명 이상의 청취자들이 청원 게시판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백악관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사안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의 이메일 주소를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관련 비디오 메시지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엇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도 청원에 서명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대통령의 응답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고, 4분의 1은 대통령의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고 답했습니다. 알렉스 존스도 이 문제를 공개적인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낸 점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모건이 존스를 자신의 토크쇼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뜻밖의 결과도 이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이민법 개혁이나 헐리우드 저작권 관련 이슈에서도 청원 게시판은 백악관과 일반 대중 간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청원의 역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독립선언 역시 영국왕에 대한 일종의 청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현대적인 형식의 온라인 청원 게시판도 널리 퍼져, 유럽연합과 영국 의회도 이를 채택했습니다. 백악관은 트래픽 증가로 청원에 필요한 서명의 수를 2만5천 개에서 10만 개로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청원의 주제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청원이라도 다수를 움직이게 하는 주제라면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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