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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에게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이 계속 존재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생명체는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진화 생물학자가 할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연구해 온 현상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나는 30년 이상을 과학적 창의력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휘하는 천재적 과학자(scientific genius) 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일반적인 창의적 과학자(creative scientist)가 독창적이고 유용한 생각을 해낸다면, 천재적 과학자는 독창적이고 유용하면서 동시에 놀라운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은 이미 잘 정립된 학문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 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위의 설명에 잘 들어맞는 좋은 예입니다. 그는 뉴턴이 제시했던 시공간과 물질 및 에너지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천재적 과학자는 과학의 발전에 있어 두 가지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나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이용한 천문학(telescopic astronomy)”을 만들었듯이 새로운 과학분야를 만드는 역할이며, 다른 하나는 다윈이 제안한 자연선택이론이 생명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은 것처럼 기존의 분야를 뒤엎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두 가지 발전이 이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가 탄생한 처음 몇 초에서부터 우리가 관찰 가능한 가장 먼 우주에 대해서까지 이론과 관찰 결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작은 크기의 생명체에서 부터 순간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소립자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이 간과한 무엇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힉스 입자의 발견을 두고 근래 일어난 가장 커다란 과학적 진보라며 사람들이 열광했지마, 사실 이 입자가 예견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이었습니다.

특허청 직원으로 일하는 파트타임 박사과정 학생이 홀로 과학의 역사를 뒤바꾼 4편의 논문을 쓰던 시대는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자연과학은 너무나 거대해졌고, 복잡하고 전문화된 첨단 지식들은 많은 예산을 가진 팀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주장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사실은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나는 과학의 진보가 멈췄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오늘날의 과학자가 19세기의 과학자들보다 머리가 나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똑똑한 과학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안해내지 못할 거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나는 이런 나의 주장이 틀렸기를 바랍니다. 나 역시 천재적 과학자가 앞으로 등장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연구해온 분야가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건 단 한 명의 천재적 과학자 입니다.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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