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10월 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미국 선거를 앞두고 많이 회자했으며, 선거 결과로도 일부 나타난 성별에 따른 투표 성향 차이에 관해 짚어볼 만한 글입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많은 뉴스의 분석 대상은 크게 후보와 유권자로 나뉩니다. 승자독식 선거인단 배분 방식 때문에 경합주가 중요하고, 그래서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경합주로 분류되는 7개 주(위스콘신(WI), 미시간(MI), 펜실베이니아(PA), 노스캐롤라이나(NC), 조지아(GA), 네바다(NV), 애리조나(AZ))에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경합주 유권자들은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은 정치 광고를 접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뉴저지주에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를 달리면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주가 나오는데, 펜실베이니아에 들어서는 순간 고속도로변의 광고판은 온통 선거 광고로 도배돼 있고, 호텔이나 바에서 틀어 놓은 TV에도 선거 광고가 정말 쉴 새 없이 나옵니다.)
워낙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서 두 캠프는 모두 경합주 유권자를 최대한 자세히 분석해 공략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지지하던 사람의 마음을 돌려 나를 찍게 할 수만 있다면 물론 가장 좋겠지만,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그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대신 두 캠프는 모두 우리 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를 공략해 이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멜팅팟이라는 별명처럼 출신 국가나 인종,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입니다. 유권자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다양합니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는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성별에 따라 성치 성향, 이념의 차이가 벌어졌고, 자연히 지지 정당도 뚜렷하게 갈린다는 주장인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언론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 나선 두 후보가 성별이 다를 뿐 아니라 성평등 이슈에 관한 인식과 접근법도 극명하게 다르므로, 성별에 따른 지지 정당 격차가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은 일리 있어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도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그런 취지의 해설을 달았고, 비슷하게 젊은 남녀의 정치 성향 격차에 주목한 기사나 여론조사,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 특히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성별에 따른 성향 차이가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히 Z세대 남성이 Z세대 여성보다 더 보수적이긴 하지만, 그 차이는 다른 세대에서 나타나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남성이 보수적 혹은 덜 진보적일 뿐 젊은 세대 전체는 여전히 전체 유권자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그랬듯 젊은 세대는 투표율이 보통 낮으므로 이번에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 성향이 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돼 전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제시카 그로스도 이에 관해 “Z세대 남성의 보수화, 여성 혐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과장됐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젊은 남성은 해롭다’?… “Z세대 남성의 여성 혐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과장됐다”
오늘은 미국 유권자의 정치적 지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령(세대), 성별에 따른 지지 정당, 정치 성향 차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유권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많고, 그중에는 더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도 있습니다. 지난 4월 퓨리서치 센터가 내놓은 종합적인 분석을 우선 살펴보고, 지난달 해리스와 트럼프의 강점, 약점으로 꼽히는 유권자층을 분석한 글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퓨리서치 센터는 1994년부터 2023년까지 등록한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투표권이 주어지는 성인은 자동으로 주소지에 유권자로 등록이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유권자 등록 절차를 통해 밝혀야 합니다. (유권자 등록 과정은 주마다 다르고, 역사적으로도 꾸준히 바뀌었습니다.) 유권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은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요점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종: 이민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서 자연히 유권자 가운데 백인의 비중은 줄고, 유색인종의 비중은 늘어났습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데,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등 모든 유색인종 사이에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학력: 미국 유권자 가운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약 38%입니다. 교육 수준은 지지 정당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됐는데, 특히 백인의 경우 그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4년제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의 63%는 공화당 지지자입니다.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지지 정당이 반반으로 갈리던 상황이 불과 15년 만에 급변한 셈입니다. 유색인종 유권자 사이에서는 교육 수준보다 인종이 더 지지 정당을 예측하는 데 좋은 지표가 됩니다.
성별: 전반적으로 여성은 민주당(51%)을 공화당(44%)보다, 남성은 공화당(52%)을 민주당(46%)보다 지지합니다. 이는 지난 30년간 비슷하게 이어진 경향입니다.
연령(세대): 최근 20년 사이 점점 더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의 민주당 지지가 늘어난 겁니다. 예를 들어 가장 젊은 세대에 속하는 18~24세 유권자 사이에선 민주당 지지자가 66%로 공화당 지지자(34%)보다 두 배 가까이 많고, 25~29세 유권자 사이에서도 민주당(64%)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32%)의 두 배입니다. 물론 이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유색인종 비중이 높고, 교육 수준도 대체로 더 높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별과 연령을 합쳐보면 어떨까요?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18~29세 유권자의 경우 남녀 모두 민주당 지지율이 공화당 지지율보다 25%P 이상 높습니다. (물론 여성은 35%P로 남성(26%P)보다 더 차이가 컸습니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심지어 65세 유권자의 경우 남성은 공화당 지지율이 59%, 민주당은 39%로 20%P나 차이가 났지만, 여성은 민주당이 49% 대 48%로 근소하게 지지율이 더 높았습니다.
퓨리서치 센터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젊은 세대 성별 간 정치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반대의 분석과 기사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지지 정당을 비롯해 기본적인 정치 성향의 차이는 젊은 남녀 사이에 실제로 크지 않더라도, 여론조사의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커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보수 진영에서도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시카 그로스가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Z세대 남성들의 성평등 의식은 앞선 세대 남성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높지만, 그런 남성 유권자들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는 데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성별에 따른 정치적 성향 차이가 실제보다 더 커 보이죠.
실제로 정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더라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합주에서 “확실히 우리 편에 표를 줄 유권자”를 우선 확보하고 독려하기 위해 각 캠프가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Z세대 여성은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가장 뚜렷이 정치적으로 각성한 유권자 집단입니다. 트럼프는 대법원을 6:3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바꿈으로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게 한 장본인이고, 여성을 향한 혐오 발언을 자주 하며, 과거 자신이 성폭행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돼 민사 재판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라는 판결을 받은 인물입니다. 해리스 캠프는 역풍을 우려해 트럼프의 성범죄 이력을 집중적으로 부각하지는 않지만, 임신중절권 등 특히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에서 꾸준히 트럼프와의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6년 트럼프가 거둔 승리 방정식은 미국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지더라도 경합주에서 지지세를 규합해 역전승을 일구는 것이었습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 노동자들이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유권자지만, 젊은 남성 유권자들도 선거 막판 히든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예전만큼 경제적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을 “이게 다 급진좌파 엘리트와 페미니스트들이 여러분의 기회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로 파고드는 데 트럼프는 능합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이 메시지에 반응할 유권자가 많지 않더라도, 그 유권자가 펜실베이니아나 미시건, 조지아 등 경합주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불과 몇만 표, 득표율 퍼센티지로는 1%도 안 되는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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