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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억만장자들만의 세상’, 이제는 대놓고 펼쳐진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진시황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굳이 진시황이 아니라도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권력자 가운데는 다시 젊어지려고 애쓴 사람이 많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늙지 않는 비결을 찾아 헤매거나 최소한 노화를 늦추는 데 효험이 있다는 약이나 비법에 기꺼이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자한 사람도 많죠.

오늘날 우리는 돈이 곧 권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거나 아예 그 자체로 권력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린다는 미국의 부자들도 젊음을 되찾거나 노화를 늦추는 데 관심이 매우 큽니다. 진시황 같은 절대적인 권력자는 아니지만, 재산 기준 상위 1% 혹은 그보다도 더 돈이 많은 미국의 상류층은 불로초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비법을 독점적으로 터득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이번에도 역시 돈입니다.

전문 번역: 젊어지려고 아들 피 수혈한 백만장자…돈으로 ‘불로장생’을 사다

프랑크 브루니가 칼럼에 썼듯, 상류층이 더 건강하게 사는 건 그 자체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상류층은 건강하게 먹고, 안락하게 자고, 더 좋은 의료 정보를 알 가능성이 크며, 아프면 치료받는 데 필요한 자원도 넉넉합니다. 아프기 전에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침을 귀가 아프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상류층의 특권입니다. 그래서 보통 상류층은 딱 봐도 건강해 보입니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수면, 휴식, 마음의 여유에 부족함이 없어서 실제로 건강하기도 할 테고, 피부나 체형 등 외모를 ‘관리’받는 데 돈을 많이 들인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문제는 “건강한 상류층” 말고 다른 데 있습니다. 상류층이 건강한 삶, 오래 사는 비결을 독점하는 사이 상류층이 아닌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질 때가 문제입니다. 즉, 한 사회의 서민과 저소득층, 하층민들은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는 게 드물지 않은 상황에서 부자들만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때깔 좋게’ 산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반목과 균열이 생깁니다. 불평등은 그냥 방치하면 점점 더 심해져 곪는 상처와도 같습니다.

물론 상류층이 얼마 되지도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원을 직접 빼앗아 와서 자기 건강을 추구하는 게 아니므로, 문제의 원인을 상류층 개개인에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가 극소수에 너무 많이 집중되면, 사람들은 ‘저 많은 돈 일부만 가져다 써도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그래프를 보면, 미국의 모든 암 환자에게 화학요법(chemotherapy) 치료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90억 달러입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조스의 재산은 2,100억 달러가 넘습니다. 부자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속으로 부자들을 부러워하고, 나아가 미워할 만한 토양이 마련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부자들만 즐기는 딴 세상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론 이 속담은 젊은 사람도 황망하게 일찍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오늘 주제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혹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죽으면 다 마찬가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세상 떠나는 순서도 돈에 따라 정해지는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불평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이 부자들은 점점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죽음마저 늦추고 있습니다. 반대로 돈 없는 사람들은 제 명에 죽지 못하는 경우가 자꾸 더 많아집니다.

불평등의 정도가 전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부자들이 돈과 계급을 드러내기보다 가급적 비밀스러운 곳에서 부를 즐기는 편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8년 전 뉴욕타임스에는 부자들만 즐기는 ‘딴 세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바다 위의 호화 유람선 안에서도 등급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기사인데, 100년도 더 된 타이타닉호에도 특등실부터 삼등칸까지 계급이 나뉘어 있었지만, 요즘엔 그 차이가 더 벌어졌고, 특히 부자들만 즐기는 공간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데 숨겨져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 배를 타는데도 출입구부터 완전히 달라 서로 동선이 겹칠 일이 없게 설계된 식이죠.

브루니도 칼럼에 헬스장 에퀴녹스의 10년 전 사례를 언급합니다. 비싼 회원권을 소지한 손님은 더 쾌적하고 좋은 트레이너와 함께 여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비밀의 방’ 같은 곳을 출입할 수 있는데, 동공 인식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방이라 일반 회원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궁극적인 불평등이 눈에 보이면 더 문제

예전에는 서민들은 모르는 부자들만의 딴 세상이 핵심이었다면, 미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불평등의 정도가 더는 숨기기 어려울 만큼 심해진 것도 이유일 테고, 더 비싸고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노출해 매출을 늘리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일 겁니다. 그 결과 오늘 칼럼에서 소개된 “최적의 삶 회원권”과 같은 초호화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비유하면 예전에는 일등석 승객과 이코노미석 승객의 동선을 아예 겹치지 않게 설계해 보통 승객들이 호사스러운 상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요즘엔 의도적으로 이코노미석 승객에게 돈을 더 내면 당신도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흘리는 거죠. 또는 요즘 부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는 대신 아예 전세기를 타고 다니는데,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이 20km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7분 만에 이동했다는 식으로 동선이 알려질 때마다 기후변화의 적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부자들을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따라 나옵니다.

없는 사람(have-nots)들이 있는 사람(the haves)들을 부러워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다 보면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정치적으로도 간과하기 힘든 문제가 생겨납니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들을 향한 분노를 먹고 자라는 포퓰리즘이 득세하면 정치 담론이 온통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지곤 합니다.

특히 “가는 데는 순서 없다”던 통념을 뒤집을 만큼 부의 불평등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굳어지는 지금의 추세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떤 나라도 보고 배울 만한 일이 아닙니다. 불로장생의 꿈을 돈 많은 사람만 좇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없는 사람들의 (건강하게 사는 나이를 뜻하는) 건강 수명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정부가 부자들의 자산을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겠지만, 효과적으로 세금을 거둬 이를 없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써야 합니다. 계급, 계층에 따라 기대 수명이 다른 사회보다 모든 사람의 건강 수명이 늘어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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