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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그냥’ 결혼하기 싫은 여성이 한국에도 많은 이유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11월 2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압박은 어느 사회에나 있었을 겁니다. 자녀가 곧 일손이자 소중한 노동력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결혼한 남녀로 이루어진 가정은 여전히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이자, 다음 세대의 사회 구성원을 생산하고 길러내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미국에서는 새삼스레 전통적인 형태의 ‘결혼한 양부모 가정’이 모두의 행복에, 특히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 할까요?’라는 질문에 구구절절 친절하게 답하는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인구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100명당 결혼한 사람의 수가 1970년에 85.9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대 들어서는 30명 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왜 예전보다 결혼을 덜 하는 것일까요?

전문 번역: 왜들 결혼 안 하냐고요? 여성들에게 데이트 경험이 어땠는지 물어보세요.

 

연애, 결혼, 임신 및 출산 전문 칼럼니스트 애나 루이 서스먼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제시한 답은 이렇습니다.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이성애자 여성은 여전히 많지만, 이들이 ‘괜찮은’ 남성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성이 원하는 결혼 상대의 조건으로 흔히 경제력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스먼은 오히려 연애와 결혼 생활을 통해 질 높은 정서적, 감정적 경험과 교류를 원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당혹감이나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사회가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성인 남성을 키워내는 데 실패했다고 서스먼은 분석합니다.

 

결혼하기 힘든 한국 사회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이 이전만큼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옵니다. 특히 혼외 출산이 터부시되고, 정책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낮은 혼인율이 곧 저출생으로 직결되므로 더욱 큰 문제로 여겨집니다.

서스먼의 칼럼을 읽다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한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가 떠오릅니다. 25~59세 1인 가구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전년도보다 6%P 높아진 23.4%에 달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꼽았지만, 여성은 “그냥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냥”은 말 그대로 이유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말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묻는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로 화제가 되었던 작년 한 조사에서도 성별 간에 인식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남성은 5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44.3%만 그렇게 답했고, 미혼 남녀 간 차이는 더 컸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남성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를 첫 손에 꼽은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훈계하기 전에 공감과 이해를

사실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사람들, 특히 여성이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수천 년간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고, 가부장의 보호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권 신장을 위한 오랜 투쟁 끝에 여성이 교육받고 직업을 갖게 된 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여성도 연애와 결혼을 행복한 삶의 요건 중 하나로 보고, 상대를 찾을 때 선호와 취향, 가치관, 정서적 교류 등을 고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와서 여성들에게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고 일단 결혼은 하고 보라는 식의 조언은 인권 신장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돈 문제는 분명 남녀 모두에게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지만, 학력이 낮은 남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해 ‘보다 매력적인 파트너감’으로 만들자는 식의 해결책 역시 고용시장에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결혼한 여성의 경제적 종속 문제를 덮어두자는 말처럼 들립니다. 서스먼의 칼럼에 등장한 친구처럼 한국에도 확고한 비혼주의자 외에 결혼과 자녀를 원하지만,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럼 낮은 혼인율(과 출생률)을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으로 이를 다시 높이려는 정부는 누구 목소리를 들어야 할까요? 물론 결혼 안 하고,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고루 들어야 한다는 게 정답이겠죠. 그런데 이때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가 크다면, 양쪽이 걸림돌로 느끼는 것들을 같이 제거해 주려 노력해야 할 겁니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모든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낸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분명한 이치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여성들 못지않게, 어쩌면 더 큰 당혹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을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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